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로 본토를 타격하자 러시아가 맞대응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발사한 이 극초음속 IRBM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당초 발표했던 ICBM은 아니었지만, 공격이 뛰어난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다. 미사일 1기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는 MIRV는 냉전 시대 개발된 미국의 핵탄두 ICBM 미니트맨-Ⅲ가 효시다.
MIRV는 비행 중 여러 개의 탄두가 지정된 목표물로 날아가는 기술로 보통 ICBM에 적용되며 최대 14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이번에 발사된 극초음속 IRBM에는 핵탄두가 탑재되지 않았으나 각 비행체에는 핵탄두 탑재도 가능해 MIRV를 통해 핵무기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요격하기가 어렵다.
이날 우크라이나 중동부 드니프로에 떨어진 IRBM을 촬영한 영상엔 6개의 탄두가 비오듯 떨어지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국장은 “MIRV가 전투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 공격을 받은 뒤 러시아가 즉각 IRBM 대응에 나선 것은 서방에 ‘우리도 어떤 무기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티머시 라이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국방·군사분석가는 “러시아의 새 미사일 개발이 나토 회원국의 방공시스템, 앞으로의 공격 무기 준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사일의 이름이 ‘오레니시크’라고 직접 소개하면서 “초속 2.5~3km인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무기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전세계 최신 방공시스템과 미국 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요격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RBM은 러시아의 ICBM인 RS-26 루베시 모델에 기반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RS-26 루베시는 800㎏의 핵탄두를 운반해 5800㎞ 떨어진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미사일은 통상적으로 사정거리에 따라 1000~3000km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3000~5500km는 IRBM, 5500km 이상은 ICBM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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