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철도파업의 먹구름이 또 다시 드리우고 있다. 전국철도노조가 준법투쟁에 이어 다음달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대규모 교통 및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서울지하철 총파업도 예고되고 있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 쟁점은 인금인상·인력충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열차 멈춰서나
철도노조는 지난 21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5일을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준법투쟁을 진행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가장 강력한 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철도노조가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건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때문이다.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지난 7월부터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해왔으나 현격한 입장차 속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을 거쳤으나 지난 14일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철도노조는 15일부터 1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76.59%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철도노조는 곧장 18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이다. 먼저, 철도노조는 올해 기획재정부 공기업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기본급 2.5%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철도공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노사 양측은 성과급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임금체불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인력충원도 촉구하고 있다. 올해 서해선·중부내륙선·동해선 등 9개 노선과 51개 역이 개통함에도 인력중원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인력감축 및 외주화로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밖에 근무제도, 운전실 CCTV 설치 등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사안으로 꼽힌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노조의 요구는 소박하다. 다른 공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정부 기준 그대로 기본급 인상하고, 노사 합의 이행하고, 신규노선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라는 것”이라며 “철도공사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눈치만 보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노사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가 예고한대로 총파업을 실행에 옮길 경우 2년 연속 철도파업이 벌어지게 된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9월에도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공공철도 확대와 4조2교대 전면시행, 성실 교섭 및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나흘 간 총파업을 벌인 것이다. 당시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었다.
철도파업은 출퇴근길 대란을 비롯해 상당한 국민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물류 측면에서도 큰 차질을 일으키곤 한다. 특히 이번 철도파업의 경우 지난해와 달리 기한이 정하지 않은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동시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1노조도 사측과 인력충원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다음 달 6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1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을 나서는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철도공사 사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철도공사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을 태업으로 규정하며 사규와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엄정 대응 기조는 총파업에 대해서도 유지될 전망이다.
철도파업을 막을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시점은 약 2주 뒤다. 극적인 합의로 철도파업이란 파국을 모면할 수 있을지, 2024년 연말을 철도대란으로 장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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