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취업박람회 취소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 3억 원가량을 배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대학본부 면담 질문지·속기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속기록엔 총학생회와 대학이 회의할 때 오간 대화가 기록돼 있다.
속기록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청구서가 왔으니 총학생회가 내라는 건가”라고 물었다. 교무처장이 “업체가 총학생회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손해배상 청구서를 보냈다”고 설명하자 총학생회는 “3억3000만 원은 낼 수 없다”며 “저희가 그걸 어떻게 내느냐”고 반문했다. 교무처장이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총학생회는 “우리는 모른다”고 답했다.
교무처장이 “업체는 학생회가 파손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학교가 대신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하자 총학생회는 “우리는 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덕여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덕여대는 학생들 시위로 인해 많게는 54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캠퍼스 곳곳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내용의 래커 낙서, 대자보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학 측은 손상 건물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데에 20억~5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시위 여파로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취업박람회가 취소돼 피해액 3억 3000만 원이 발생했다고 했다. 주관업체가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학교에 청구했다.
점거 농성과 수업 거부는 학내 전반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본관 등 주요 건물이 점거돼 수업이 전면 중단됐다. 백주년기념관 앞엔 근조화환이 놓였다. 학생 의견을 왜 무시하는지 따지는 내용의 쪽지가 교내 곳곳에 붙었다.
속기록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기물 파손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인했다. 교내 도로에 래커칠이 된 점에 대해 “학교에 와서 처음 본 일”이라며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발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21일 오전 11시부터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면담에서 학교와 총학생회는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됐다. 향후 논의를 재개할 때 학생들과 협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학교가 발표한다는 것을 전제로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 해제’, ‘수업 전면 재개’에 합의했다. 학교는 입장문을 오는 25일 공개하고 같은 날 오전 11시 총학생회와 2차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 측과 총학생회의 합의로 남녀공학 전환 논의로 촉발된 학내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취업박람회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와 기물 파손 책임 공방은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는 형편이다.
면담에는 최현아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대표 9명, 이민주 교무처장을 포함한 학교 측 비상대책위원단 9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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