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당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의 ‘뭘 사과한 것이냐’는 질의를 두고 “무례하다”고 했다가 언론계와 정치권의 거센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한 뒤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적대적 언론관은 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는 “평소 윤 대통령의 잦은 격노에 참모들이 직언은 못하고 심기경호만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족 명의의 당원게시판 윤석열 대통령 비방글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처음 입장을 밝혔으나 되레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문들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철호 기자 무례 발언 사과에도 후폭풍
홍철호 정무수석은 21일 대통령실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했다. 홍 정무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느냐는 기자 질문과 관련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산일보 기자인데, 저는 그건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파문을 낳았다.
경향신문은 3면 「‘기자 무례’ 발언 “사과”한 용산, 적대적 언론관은 못 주워담았다」에서 “홍 수석 발언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며 “국민 여론과 유리된 대통령실의 인식이 드러나면서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대통령실 행보도 타격을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바이든 날리면’ 관련 보도와 출근길 문답 질문 태도 등을 문제 삼아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허 △윤 대통령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 언급 후 출근길 문답 중단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이 잡아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2023년 8월 여당 연찬회)는 대통령 발언 등이 적대적 언론관을 드러낸 사례로 꼽았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회견의 ‘사과’ 진정성 문제도 퇴색하게 됐다”며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이 민심과 여전히 괴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5면 「홍철호 사과에도 “무례한 기자” 파문 확산…“왕으로 모시란 발언”」에서 언론계와 야당이 “대통령을 왕으로 모시라는 발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이 문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지회는 “언론 통제 시도”라며 홍 수석의 교체를 요구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에서 “(홍 수석의 발언은) 대통령을 만인지상인 왕으로 모시라는 시대착오적 발언”, “국민과 헌법적 가치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은 홍 수석의 발언이 그동안 비판 언론을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여온 윤석열 정부의 부적절한 언론관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검찰 수사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나 매체를 상대로 한 ‘겁박’이 계속돼 온 것의 연장선으로 봤다. 한국일보도 3면 기사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의 민심과 괴리된 상황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제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홍철호 기자 무례 발언, 화부터 내는 윤 대통령에 참모들 심기경호가 뿌리?
홍 수석의 기자 무례 발언이 민심에서 벗어난 대통령과 참모들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5면 기사 「“화부터 내는 尹에 참모들 심기경호, 김여사 문제 등 직언 못해”」에서 “대통령실 안팎에선 홍 정무수석의 발언은 민심과 동떨어진 용산 참모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직언 대신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매달리다 보니 의정 갈등, 명태균 씨 의혹 대응 등 국정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윤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과 잦은 격노 등 통치 스타일이 참모진과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동아일보는 △지난 8월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의료계 갈등 해소를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보류’ 아이디어를 내자 윤 대통령이 최고위원회의 도중 직접 전화를 걸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7일 기자회견에서도 명태균씨에 연락이 온 문제와 관련해 기억나는 대로 설명했는데 참모진이 누락했다고 말한 일 등을 들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여사, 명 씨 의혹 등 민감한 문제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여권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과 오래 일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이 막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 3일 정도가 지난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 의견을 수용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며 “(대통령과 별 인연이 없는) 참모들 입장에서는 직언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이 아랫사람들의 얘기를 안 듣고, 그냥 뭐라고 얘기하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러면 밑에 사람이 얘기를 하겠냐”며 “그건 사실 대통령 책임이다. 격노할 사람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한동훈 당원게시판 가족명의 윤 부부 비방 경찰 고발인 조사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의 모친, 부인, 장인 등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경찰이 22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다. 동아일보는 6면 「한동훈 가족 명의 ‘尹부부 비난글’ 912건 추가 고발에 경찰 수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당원 게시판에 쓰인 한 대표 가족의 이름은 한 대표의 아내, 장인, 장모, 모친, 딸 등 5명의 것으로, 올 3월 15일부터 최근까지 총 912개의 게시글이 작성됐다는 주장이 실렸다.
한 대표 모친의 이름으로는 “공적 마인드 최고의 정치인 한동훈이다. 지 마누라 지키는 독선불통 윤석열과 범죄비호꾼” 등의 글이 게시됐다. 한 대표의 장모 이름으로는 “당 대표가 소신을 갖고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물러나야” 등의 글이 작성됐다. 이 게시글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동훈 석연찮은 해명에 “댓글팀 의혹까지” 재점화하나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한동훈 대표는 21일 백브리핑에서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고 그러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대표는 ‘가족이 글을 올린 게 아니라고 하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이 나왔는데도 “당원 신분에 대해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 위법이 아닌 문제들이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한국일보는 5면 기사 「화 키우는 한동훈의 ‘선택적 침묵’…당원 게시판 논란 악화일로」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해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가족 개입’ 여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與 당원게시판 논란, 韓 대표의 ‘그답지 않은’ 처신」에서 한 대표가 게시판 논란이 보름 넘게 지속되는데도 여전히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답변만 내놓으며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는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방어적 태도는 평소 스타일과도 달라 ‘그 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그의 석연찮은 태도는 오히려 당내 불신을 키운다”며 “일각에선 7월 전당대회 때 불거졌던 한 대표 측 댓글팀 의혹, 즉 법무장관 시절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던 팀의 작업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표가 먼저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 대해 밝히고 당무감사를 지시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순서”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與 당원 게시판 논란, 韓대표가 사실 밝혀야」에서 “지켜보는 보통 국민은 이것이 법 위반이니 아니니, 수사로 밝혀야 하느니 마느니 하고 입씨름을 벌일 일인지 어리둥절하다”며 “게시판에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된 문제의 글들이 있다면 한 대표는 그 가족들에게 그 글을 진짜 썼느냐고 일일이 물어봤을 것 아닌가. 그래서 가족들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밝히고 만약 문제되는 대목이 실제 있었다면 그 경중에 따라 한 대표가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 때문에 다시 여권이 내분에 빠진다면 지지층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용산 방패막이’ 여당으로 퇴행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 난맥은 변한 게 없는데 불과 한 달 전 4대 요구를 내걸고 용산의 쇄신을 요구하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비판했다. 용산 출장소로 온전히 되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도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지금 여당의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허탈하기만 하다”며 “‘명태균 게이트’ 폭로가 날마다 불거지고 ‘김건희 의혹’은 갈수록 태산인 국면에 게시글 논란으로 자중지란이나 벌이는 여당을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태를 키운 데는 한 대표 책임이 크다”라며 “가족 한명이 다른 가족의 신상 정보를 활용해 특정한 글을 올리고 또 당 밖 사이트들에도 ‘복붙’해 올린 것이 사실이라면, 여론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사실 여부를 정직하게 소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면 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 관저 유령건물 스크린골프 검토했다 취소?
한겨레는 1면 「[단독] 대통령 관저 유령건물 “스크린 골프 검토했다 취소” 말바꾸기」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지어진 70㎡(20평) 규모의 ‘유령 건물’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 시설 조성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건물 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았고, 공사비는 경호처의 경호시설 관련 예산 1억3천만원을 가져와 썼다고 한다”며 “ ‘공사비 대납’ 의혹이 ‘대통령 뇌물’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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