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說)로 곤욕을 치른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계에선 올해 롯데지주가 비상 경영을 선언한 데다 유통·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강한 쇄신 인사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을 진화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길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유포된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시는 앞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된 후 이 내용이 증권가 정보지(지라시) 등으로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풍문은 롯데가 다음 달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며,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롯데 측은 이를 적극 반박하는 한편, 최초 루머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검토하는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롯데지주(-6.6%), 롯데쇼핑(-9.0%), 롯데케미칼(-11.4%) 등 그룹 상장사들의 주가는 풍문이 돌기 전인 15일 종가와 비교해 모두 급락했다.
2021년부터 매년 인사 시즌이 되면 롯데그룹 안팎엔 풍문이 돈다. 대개는 신빙성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그룹의 각 계열사의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는 않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사업이 동시에 부진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0조원에서 이달 13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대기업집단 시가총액 순위는 12위에서 16위로 밀려났다.
롯데지주는 지난 8월 비상 경영에 돌입했고, 롯데온과 코리아세븐,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롯데지주와 케미칼, 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의 최대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전날에는 롯데케미칼이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재무 약정 위반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 대상 집회 소집 공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롯데 측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이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하는 등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한 1조3000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해당 발표로 인해 이날(21일)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문제는 석유·화학 업황 및 내수 부진이 단시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곧 진행될 롯데그룹 임원 인사는 부진 계열사를 중심으로 안정보다 쇄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14명을 교체한 바 있다.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다.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의 행보에도 관심 쏠린다. 지난해 인사에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승진한 신 전무는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6월에는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그룹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2022년 신사업으로 설립된 롯데헬스케어의 경우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설은 악의적이고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며 “인사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풍문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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