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곰국] 미국 예일대 연구팀, 가족 아닌 친구·이웃 간에도 장내미생물의 유사도가 높을 수 있음을 확인…”사회적 관계 보여주는 강력 변수”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친구, 동료, 이웃 간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이 전이돼, 신체를 구성하는 미생물까지 닮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함께 살거나 가족 관계가 아니어도 유전적 유사성이 생길 수 있다.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미국 예일대 네트워크사이언스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1700여명의 장내미생물 데이터를 분석, 비(非) 가족 관계인 지인 사이에서도 장내미생물 교류가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의사 출신 사회학자다.
장내미생물은 ‘제2의 유전체’라 불릴 정도로 신체의 면역체계와 신진대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간의 몸속에는 수 만 종의 미생물이 사는데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각종 알레르기, 대사질환부터 우울증, 자폐 등 정신질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장내미생물의 구성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모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미생물 군집이 다를 수 있지만, 식습관·약물 복용·거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도 미생물의 구성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 때문에 같은 유전체를 가진데다 대부분의 생활 습관을 공유하는 가족 간 장내미생물은 가족 외 구성원에 비해 유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함께 살지 않는 비(非) 가족 형태에서도 장내미생물 교류가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면 친구, 동료, 이웃 등 어떤 소속 집단이라도 장내미생물 구성이 점점 닮아간다. 심지어 접촉이 그리 잦지 않은 ‘친구의 아는 사람’ 등 제3자와의 관계에서도 장내미생물이 공유될 수 있다.
연구팀은 2019년 온두라스의 18개 외딴 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1787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장내미생물 상세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다. 총 2543종의 미생물과 30만 9137종에 이르는 서로 다른 균주가 나왔다. 이중에는 일부 사람에게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유전적 변이체도 포함됐다.
이어 참가자 각각의 사회적 관계를 조사해 네트워크화한 뒤, 관계에 따른 장내미생물의 유사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간에도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유사성이 도출됐다. 같은 장내미생물을 공유하는 비율은 같은 가구에 소속된 사람들 사이에서 13%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이웃, 친구 등 비 가족 관계에서도 공유 비율이 7.8%에 이르렀다. 반면, 완전히 떨어진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의 경우 공유율이 2% 정도로 낮았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식사 방식과 인사 방법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공유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뺨에 키스하는 인사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장내미생물이 전이될 확률이 12.9%로 가장 높았다. 또 함께 식사하면 동일한 음식을 같이 섭취할 확률이 높아, 이때도 유사한 장내 미생물 군집이 형성될 수 있다. 주변인과의 교류가 적은 사람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장내 미생물의 유사성이 낮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여성 간 장내 미생물 공유 비율이 남성보다 높을 거란 예상과 달리, 성별 간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1차 조사로부터 2년이 지난 2021년, 연구팀은 4개 마을에 거주하는 301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또다시 장내미생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서로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유사도가 2년 전에 비해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사람들은 장내미생물이라는, 우리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을 수 있다”며 “장내 미생물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분류하는) 경제적 지위, 교육 수준, 종교 등의 사회적 지표를 넘어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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