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식품을 앞세운 글로벌 전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까지 ‘K푸드’ 인기가 커지면서 주력 상품인 비비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6조원 규모로 점쳐지는 바이오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확보 자금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21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사모펀드와 접촉 중이다. 이르면 내달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몸값은 5조~6조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오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4조1343억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전체의 30% 수준인 251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부문은 크게 그린바이오·화이트바이오·레드바이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매각 대상에 오른 그린바이오는 미생물 및 식물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나 종자, 첨가물 등을 만드는 분야다. 특히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라이신 등 5개 품목은 세계 1위다.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는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 소재 및 제약·의약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린바이오의 활약에 힘입어 CJ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은 지난해 4조134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회사 전체 매출의 2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3조1474억원으로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식품 ‘본업’ 경쟁력 강화 위한 ‘제2의 슈완스’ 인수 주목
이 같은 알짜 사업을 내려놓는 데는 본업인 ‘식품’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식품회사들을 인수합병(M&A)하며 외형을 키워온 점도 매각 결정에 자신감을 보탰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베트남 1위 김치업체 ‘옹킴스’, 베트남 냉동식품업체 ‘까우째’, 2017년 베트남 생선·미트볼 가공업체 ‘민닷푸드’를 차례로 인수해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이 회장의 큰그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8년 건강·기능식 사업 부문인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한 후 2조1000억원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한 게 ‘빅딜’로 꼽힌다.
슈완스컴퍼니 인수 후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 매출은 3629억원에서 지난해 4조3807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미국 시장이 핵심 국가로 급부상 하면서 투자 규모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슈완스컴퍼니는 7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제2의 슈완스’를 위해 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해외가 핵심 시장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2019년 3조1540억 원에서 지난해 5조3861억 원으로 4년간 7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9%에서 48%로 늘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미국에서 증가하는 K-푸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며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생산역량 투자를 통해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앞장서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