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같이 힘없는 사람들, 자식을 허무하게 잃고, 길거리에서 온갖 갖은 압박을 받으면서 그 모진 시간들을 힘들게 싸워가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모든 언론인들에게 간곡히 호소드린다. 절대 권력에 굴복하지 말고 권력의 부당함에 눈을 감아 버리는 비겁한 언론인이 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언론은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혼 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프고 고통받는 국민의 입과 귀가 되어 위로와 위안이 되는 희망의 목소리여야 한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사회적 참사 유족들이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창립 36주년 기념식 축사에 나섰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처럼 소수의 사회적참사를 겪는 피해당사자들에게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 소중하다. 힘없는 사람들의 아픔과 진실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오롯이 전달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무자비한 2차 가해로 인해 인권은 무너지고 편견과 혐오는 피해자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이런 사회적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주기 때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한 달 동안 다큐를 찍기 위해 함께했던 YTN 기자들이 있었다. YTN 민영화 보도가 나오고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달라고 말했다. 그분들이 2주기 때 찾아와서 인사했다. 힘들지만 잘 버티고 계시냐 물었더니 다들 그만두고 나왔더라.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위해 현장에서 투쟁 중인 언론인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힘든 투쟁에는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길 세월호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10년 동안 죽음과 같은 현실을 마주했고 여기에 진실을 왜곡하려는 언론 세력이 있었다. 유가족을 깡패로 몰아붙이는 왜곡 보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언론의 책임이다. 반복되는 참사 보도에서 얼마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순길 사무처장은 “KBS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다큐멘터리가 총선에 영향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 직전 무산되었다.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이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이런 퇴행 속에서도 많은 언론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격려했다.
한국 서부발전 하청 한국발전기술에서 위험하게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용균이의 잘못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정부와 싸울 때 언론이 많은 관심으로 진실되게 보도했기에 잘 해결될 수 있었음을 지켜보았다. 언론의 참된 보도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무수한 청년 비정규직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공영방송을 포함한 많은 언론들이 공정하고 비판적인 보도를 통해 다뤄달라. 용균이 사건을 다룰 때나 중대재해처벌법 만들 때처럼 앞으로도 제도개선에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권력을 향한 질문이 막힐 때 가장 다치고 아팠던 분들과 언론이 함께해야 한다는 다짐의 의미로 (이분들께) 축사를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무례한 게 시대정신이라면 앞으로 더 무례해지겠다. 언론노동자들에게 무례함은 민주주의를 위해 보장된 권리다. 우리는 질문하고, 질문을 막는 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의무로 부여받은 존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권영길 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은 “지금 윤석열 정권만큼 언론노조를 무시하고 파괴하려는 정권은 없었다”며 “모든 국민들이 윤석열을 거부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사활을 건 투쟁에서 승리하리라 굳게 믿고 있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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