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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1년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74%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급격한 고령화 탓에 의료·돌봄 비용이 급증하면서 재정 부담이 대폭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2070년에 사회복지제도가 정상 작동하려면 국민연금 등 주요 지출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5차 사회보장 재정추계’를 공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392조 9000억 원이었던 우리나라 공공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2065년 2092조 9000억 원으로 5.3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GDP 대비 규모로 환산해도 올해 15.5%에서 2065년 26.9%로 증가한다. 연평균 재정 증가율은 4.2%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초연금, 국민연금과 같은 현금성 급여 지출의 비중은 2024년 6.1%에서 2065년 13%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정부 추계치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장기 공공 사회복지 지출을 추계할 때 현행 제도를 변경 없이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인구구조와 경제 규모 변화만 고려한다. 하지만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복지 지출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의 경우 윤석열 정부는 월 4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임기 내 달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이다. 내년 기초연금액은 월 34만 3510원인 만큼 수년간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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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의료·돌봄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20년 발표한 4차 사회보장 재정추계에서 2060년 기준 사회보장 일반 재정지출 규모는 289조 7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추계에서는 598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GDP 대비 기준으로 하면 4.8%에서 7.1%로 2.3%포인트 상승했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과 건강·장기요양·산재·고용보험 등 8대 사회보험의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들 사회보험제도의 GDP 대비 지출 비중은 2024년 8.5%에서 2065년 19.8%로 2.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6년께 기금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제도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일반 재정에서 소요되는 경직성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백화점식·보편적 복지 사업 등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상당하다”며 “필요한 부분에 두텁게 지원될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정부가 복지 확대 방안을 내놓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맞았다”며 “최근 들어 정부 지출의 총량이 크게 늘었으니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 건전성을 강제할 장치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준칙 목표를 설치해야 재정의 신뢰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각각 45%, 2% 이하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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