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야적장이었던 이곳이 어느새 다양한 생물종들의 터전이 됐네요.”
21일 오전 9시30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야생화단지. 가을을 알리는 갈대 사이로 잠이 덜 깬 ‘북방산 개구리’의 모습이 보였다. 잔잔한 호수에는 검은색에 흰색 이마가 특징인 ‘물닭’이 한창 먹이 활동 중이다. 관람을 위해 마련된 나무데크 위에는 지난밤 ‘삵’의 흔적이 발견됐다. 고양이과에 속하는 삯은 고양이보다 몸집이 크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동물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며 “배설물의 상태를 보면, 지난밤 삵이 이곳을 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것을 먹은 것으로 보이는데 남은 형태를 봤을 때 거북이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 연탄재 야적장으로 쓰이던 드림파크 야생화단지가 20여년 만에 다양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가 됐다.
「인천일보」와 인천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이날 현장을 찾아 1시간 동안 둘러본 결과 멸종위기종 삵 외에도 금개구리와 참게 등 각종 생물에 대한 흔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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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마다 조사되는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도 야생화단지 등에서 삵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고라니와 소형 포유류와 같은 먹이 공급으로 포식자로서 안정적인 서식지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밖에도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화단지에는 천연기념물 원앙 등도 발견됐다.
각종 생물종에 대한 시민들의 목격담도 이어졌다.
종합안내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까지 야생화 단지 입구에서 참게들을 볼 수 있었다”라며 “날이 추워져서 지금은 잘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연탄재를 야적하던 곳이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 2004년부터 4년에 걸쳐 1m 두께로 흙을 쌓아 올려 43만㎡ 규모 야생화단지를 조성했다.
봄과 가을 야생화 축제와 국화축제 기간만 한시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다가 지난 2019년부터 상시 개방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갯벌이었던 공간을 인위적으로 우리가 훼손하고 다시 복원하려는 과정을 거친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과거 갯벌이었을 당시처럼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계기로 관리 보전해 다양성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정슬기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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