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당정은 21일 정책간담회를 열고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 건전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했다. ‘재정준칙’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정준칙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경제 수장들이 ‘재정 건정성’을 강조하며 추진에 나섰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재정준칙이 법제화가 된다면 경기 부진이나 위기 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제동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재점화하면서 시동이 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동훈, ‘민생 경제’ 앞세운 ‘재정준칙 법제화’ 강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돈을 아끼겠다, 돈을 무조건 안 쓰겠다, 국민에게 인색하게 쓰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며 “오히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돈을 누수 없이 잘 쓰기 위해서 반드시 재정 준칙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준칙 도입 방안은 2021년 9월 정부 발표 이후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 2023년 3월 여야의 제기사항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했으나 법제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 이슈도 있지만 저희는 민생이 우선”이라며 “이제는 정말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번 국회에서는 그동안 여러 정부에서 하려다 못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를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대통령실을 향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소위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혁신 요구보다는 ‘민생경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제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제가 지난 9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재정준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송언석 의원을 포함한 많은 의원들이 재정준칙을 입법했다”며 “그런데 그 법안이 민주당에 의해 번번이 좌초되고 아직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려 400조원의 국가 채무가 늘어났는데,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계산해 보니 코로나 때문에 직접적으로 늘어난 건 100조원이 안 된다”며 “국가 재정을 이렇게 방만하게 쓰면 재정 건전성이 무너져 국가 신용등급이 무너지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정책은 이익갈등이 커서 이미 정치의 영역인 경우가 많다”며 “당이 표의 유불리를 넘어 오직 공동체의 미래 앞장서주시니 정부로서 큰 힘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 도입되면 재정 역할을 제약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재정운영의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 제고돼 재정 본연의 역할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지난 21대 여야의 논의를 거친 수정안을 바탕으로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만큼 재정준칙 도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하는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91.5조원 적자로 전년동기 대비 20.9조원 적자가 증가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로,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정은 오는 22일 오후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를 포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경제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민생 경제’에 초점을 둔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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