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진기업이 이달 들어 비상장계열사 천안기업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전환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유경선 회장과 유경선 부회장 형제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면서 거래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ESG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진기업이 또 다시 불미스런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 6년 전보다 8배 이상 오른 기업가치?
유진기업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은 이달 들어 단행된 지분 매입에서 출발한다. 유진기업은 지난 6일 비상장계열사인 천안기업의 지분 19.12%를 매입했다. 유진기업은 기존에 천안기업 지분 80.88%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천안기업을 100% 자회사로 두게 됐다.
지분 거래 상대는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 형제다. 유경선 회장은 11.56%, 유창수 부회장은 7.56%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유진기업은 총 31만3,379주를 매입하면서 주당 7만8,500원을 지급했다. 유경선 회장에게 지급된 금액은 148억7,000여만원이고, 유경선 부회장에겐 97억3,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총 지급금액은 246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천안기업은 부동산 비율이 80% 이상이어서 규정상 순손익가치를 제외하고 순자산가치가액으로만 주당가치를 계산해야 하며, 규정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두 곳의 평균가액을 적용해 계산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건 이러한 거래단가가 6년 전 거래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는 것이다. 오너일가와의 거래인데, 석연치 않은 대목이 존재한다.
천안기업은 과거 유경선 회장 일가 등이 보통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씨에이파트너스와 동일에프엔지가 우선주를 각각 75%, 25%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5월 씨에이파트너스 소유 우선주가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 그리고 동일에프엔지로 넘어갔다. 이어 같은 해 7월엔 유진기업이 우선주를 모두 사들였고, 이때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보통주 47.5%도 함께 매입했다. 당시 두 차례 지분거래 과정에서 거래단가는 우선주와 보통주 모두 주당 9,704원이었다. 이달 들어 단행된 지분거래 거래단가는 이보다 8배 이상 높다.
그런데 같은 기간 천안기업의 자산총액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천안기업의 2018년말 기준 자산총액은 742억원,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산총액은 737억원이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비상장사 주식매매시 순자산가치는 감사보고서상 장부가액이 아닌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가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며 “당사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주당 가치를 사전에 검토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음표는 가시지 않는다. 6년 전 지분거래 당시에도 이러한 기준과 절차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거래단가에 총 주식을 대입해보면, 2018년 거래 당시 천안기업의 평가가치는 159억원에 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이번 거래에서 천안기업 평가가치는 1,28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유진기업은 가뜩이나 ESG평가결과가 ‘낙제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불미스런 잡음 및 의혹을 추가하게 됐다. 유진기업은 국내 대표 ESG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최하등급인 D등급을 3년 연속 부여받았다. D등급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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