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한국에서 최근 딩크족·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또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 ‘반려동물’이 인정되고 있고,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 또한 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에도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公共空間)의 공급은 비교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5%를 차지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현재 거주지에서 직접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비율은 25.4%로 나타났다.
◇ 반려동물 시장 증가세에도… 이용가능한 공공공간은 부족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 수는 312만8,96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된 당시의 전체 가구 2,092만6,710가구의 약 15%에 육박하는 숫자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견(Pet) 산업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5,000억달러(약 698조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삼정KPMG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경제(Economy)가 결합한 펫코노미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간식 외에도 △커머스 △헬스케어 △ 금융상품 △ICT 기반·웨어러블 솔루션 등 여러 요소가 펫코노미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펫 산업은 성장성과 확장성이 기대되는 유망분야라고 언급했다. 연관된 시장이 매우 넓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이 늘어나고 있는 반려동물과 관련 산업이지만 반려동물이 이용 가능한 공공공간은 비교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은 전국에 123개소다.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은 주로 오프리시(Off-Leach·목줄 없는 산책)가 가능한 반려동물 특화 공간으로 주로 반려동물 놀이터, 공원 등이다.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에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이 가장 많이 조성된 지역은 경기도로, 39개소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서울시(22개소) △경남(8개소) △강원도(7개소)가 이었다.
다만 반려견 보유 가구 수가 300만 가구를 넘어가면서 지역별 비교 결과와는 무관하게 반려동물 보유가구 대비 관련 공공공간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게 건축공간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연구원 측의 산출 결과 전국적으로 1개소당 평균 2만5,439가구가 이용해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2018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의 반려동물 공공공간이 신규 조성되고 있으며, 일정 수준(2,000㎡, 1/2acre) 이상의 규모를 갖춘 공공 공간 조성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반려동물 공공공간 중 2,000㎡(제곱미터) 이상 규모를 갖춘 공공공간은 37개소로 전체의 32.7%를 차지하며, 이 중 33개소가 2018년 이후 조성됐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한편,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은 주로 자연녹지지역에 조성되고 있다. 조성 근거가 ‘공원녹지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123개소 중 81개소가 자연녹지지역에 설치돼 있다. 다른 지역으로는 개발제한구역에 11개소가 설치돼 있으며, 상·하천구역에도 11개소가 조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문제로 주거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교통시설, 공공·문화체육시설과 결합돼 조성되기도 하며, 공원과 연계해 조성되는 공공공간 중엔 하수종말처리장, 폐기물처리장 등 내에 위치한 공원에 설치되는 예도 있다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 근린환경 전반에 반려동물 고려해야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이 같은 반려동물 공공공간 조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 개소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대규모 공간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으나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 대비 이용 가능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돼선 연구원 측은 △입지 △규모 △시설물의 기준 △관리·운영방안 등 전반적인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정 근거와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조성 업무 매뉴얼 및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다양한 유관부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자체 주도로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을 조성하는 경우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미 운영하고 있는 타 지자체 담당자 면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원은 공공공간 이용 대상에 반려동물과 사람이 포함돼 동물행동학과 수의학 등 동물 관련 전문가와 조경설계 도시계획 등 유관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조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차원에선 근린환경 전반에 반려동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원 측은“ 동물행동 전문가 및 시설물 디자이너 등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소규모 시설물을 우선 도입하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점진적으로 근린환경 전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 및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의 양적 확충과 함께 공간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 체계를 공고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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