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완화를 검토한다.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재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민주당은 경영판단에 대해선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 발의를 고려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형법에 명시된 배임·업무상 배임과 관련해 경영판단 사안은 제외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이사들의 경영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는 단서를 형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어 형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임죄 완화는 상법개정안의 이해당사자인 경제계를 끌어안는 데 중요하다. 경제계는 줄곧 민주당의 상법개정안을 반대했다. 앞서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19일 ‘주주 충실 의무’와 ‘전체 주주 이익 공평 대우’를 담은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소액주주들의 배임죄 소송이 늘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상법개정안을 담당하는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내에서도 배임죄 적용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핵심은 ‘명문화’이다. TF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재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경영판단이라는 대법원 판례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배임죄 적용 배제가 판례로만 존재해 재계가 우려하는 것 같아 형법에 명문화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도 손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현재 형법상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를,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그간 재계에서는 형법과 상법이 배임죄를 중복 처벌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형법과 상법 중 하나만 개정해서는 배임죄가 완화되지 않으니 동시에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李, 연일 배임죄 완화 발언… 상법개정 의지 활활
배임죄 완화는 이재명 대표에겐 상법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열쇠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의 간담회에서도 배임죄 완화 주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기업의 우려는 검찰의 기업 수사 관행 때문”이라며 “소액주주가 고발하면 검찰이 얼씨구나 조사하고, 기업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배임죄는 내주고 상법개정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이 대표를 향한 야권의 ‘우클릭’ 비판을 상법개정안으로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연내에는 상법개정안 관련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법안에는 기존에 예고한 ‘주주 충실의무’ 외에도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야권에서 상법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더 강력한 주주 보호장치를 들고 나왔다.
다만 정부와 여당, 경제계의 반대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기업인들의 입장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위험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했다.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도 같은 날 긴급 성명에서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상법개정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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