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타협안 후 논란 가중…국회 청원 논의 요건 넘어
투자자들, 형평성·과세 준비 미흡 등 지적
전문가들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안을 거부하면서 공제액을 일부 늘린 타협안을 내놨지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 가상자산을 ‘사기’로 규정하며 산업 육성은 모르쇠했으면서도 세수를 확보하려 형평성에 맞지 않고 성급한 과세를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청원 페이지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에는 2일 만에 5만9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해당 청원에서 청원인은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하나의 세트다. 둘은 같은 투자인데도 불구하고 한쪽은 폐지, 한쪽은 과세한다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청원이 국회 논의 요건을 충족한 만큼 곧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 과세 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부터는 과세안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반발이 확산되면서 지난 20일에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 기본공제 한도액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타협안을 제시하면서도 “세법 개정안은 일괄 처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함부로 부결시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이 지속 협조하지 않는 경우 기존 공제한도 250만원의 과세안이 내년 1월부터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공제액을 ‘해당 과세기간 가상자산 소득금액 25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수정한 상태다.
각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입장에 “사다리 걷어차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독자 3만명대의 한 텔레그램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금투세로 한 번 데인 정당이라서 (가상자산 과세까지) 추진한다면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제시한 개정안을 지목한 내용도 있다. 민주당 타협안에는 납세자가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총 양도가액의 일정비율(최대 50%)을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투자자들은 “평단가를 알 수 없다면 총 매도액의 50%를 세금으로 내라는 건가”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국내 한 가상자산 미디어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는 “과세 체계가 하나도 잡혀 있지 않는데 어떤 방식으로 과세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또 투자자들에게 자료 증빙하라고 띵 하고 던져줄 건가”라는 내용이 인기글로 올라 있다. 한 이용자는 “금 모으는 것도 투자고 주식매매도 투자인데 가상자산만 아직도 투기도박으로 여기고 자산으로 인정도 안해주면서 세금은 또 왜 걷어가는지 참 이해가 안간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전날(20일) 민주당이 공식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진행한 금투세 관련 생방송에 다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몰려가 방송 내용과는 관련이 적은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코인 과세 유예해라”라는 문구를 약속이라도 한 듯 연호하며 “룰도 없는데 돈만 뜯어가려는 민주당 다신 안 뽑는다”, “코인 과세한다고 해도 국장(국내 증권시장) 안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다수 투자자들은 민주당 공식 전화번호를 통해 항의 의견을 남기고 있다. 일부 가상자산 인플루언서는 “국회에 트럭을 보내겠다”며 모금 행사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팀장은 “가상자산은 청년층에 인기가 많은 투자 수단이자 자산 형성 수단인데, 여기에 과세를 매긴다고 하니 결집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에서 세금까지 부과된다면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점 더 잃어갈 것이다. 상당수 자금이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으로 빠져나가 어떻게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개인지갑 등록제도, 자금출처증명 등 과세에 필요한 규칙을 정비하는데 있어서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내 한 매체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6일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상향한 타협안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절반 이상을 확보해 다수 안건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며 “최근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분들 중 손실을 본 분이 많고 그 손실을 좀 회복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은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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