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뉴스 어지영 기자]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 서울/경기권 학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진다. 지자체 자율 접종 대상으로 학원 강사, 직원 등 종사자가 선정되어 연령대에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접종을 시행한다.
7월 초 지자체 자율 접종으로 학원 종사자, 보육 인력 등 교육 관련 인력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한참 이스라엘과의 백신 스와프가 이루어지던 때였다.
지난 달 원어민 강사들의 집단 모임 이후 학원가를 통한 학생, 가족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졌고, 초, 중, 고등학교 대면 수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비대면 수업의 지속은 학습 공백으로 인한 학생들간의 학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등교 정상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이를 위해 학원, 돌봄 노동 등 학교 외의 교육 기관 종사자에 대한 방역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학원 강사, 직원 외에도 방과후 교실 강사, 교육봉사자 등의 교육 관련 인력의 백신 접종이 우선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자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의 대형 단과학원에서 보조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뉴스에 학원 강사에 대한 백신 접종 소식이 나오고 며칠 뒤 7월 6일 학원의 강사 공지 메신저방에 백신 접종 수요조사 공지가 게시되었다. 첫 공지에 따르면 수요조사 기간은 이달 6일부터 7일, 접종 일정은 12일부터 16일이었다. 급박한 공지와 수요조사로 신청에 혼란이 있었는지 8일 다시 한 번 공지가 게재되었다. 백신 접종 수요조사는 공지에 게재한 신청서 링크를 종사자가 직접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갑작스러운 수요조사와 뭔가 미심쩍은 신청 방식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면서도 ‘진짜 백신을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조사 후 거의 일주일 가까이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해 그 의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백신 접종 예약 확인 메시지를 받았다. 그제서야 ‘진짜 백신을 맞는구나’ 실감했다.
백신의 종류는 미국의 화이자 사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에서 공동 개발한 백신이었다. 백신 접종 장소는 강남구 일원동의 ‘일원에코센터’였다. 신청자의 주민등록상 주소나 실거주지와는 무관하게 접종 장소가 정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구에 위치한 학원 종사자의 경우 ‘일원에코센터’ 같이 강남구에 위치한 예방접종센터가 배정되었다.
문자로 통보받은 접종 날짜와 시간을 변경할 수도 있었지만 그 날 일정이 없어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일원에코센터에 도착하였다. 아침 시간이라 사정 상 미리 가서 기다리지 못하고 정시에 도착하였는데 대기줄이 길었다. 여유가 된다면 30분 이상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긴 대기줄을 고려하여 그늘막을 충분히 설치해두었고, 양산을 대여해준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어들어 20여분 정도 밖에서 대기한 후 접종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접종센터는 원래 공원인 일원에코파크에 있는 체육관에 가건물을 임시로 붙여 지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실내로 들어가면 여러 단계의 대기실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대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천막에서는 손소독과 일회용 비닐 장갑을 배부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센터에 들어가면서 열을 잰다. 그리고 나면 진짜 실내 접종 센터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부터는 번호표를 뽑아가며 대기한다. 첫번째 번호표를 뽑은 후에는 예진표를 작성한다. 예진표를 들고 번호 순서대로 자신이 접종 대상자 명단에 있는지를 확인한다. 마치 은행이나 대학병원의 접수, 수납 데스크같이 빠르게 확인이 이루어진다.
다음에는 예진실로 간다. 예진실 의자에 모든 사람들이 착석하면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의사가 공통적인 공지사항을 안내해주신다. 안내를 들은 이후에는 번호표에 맞춰 예진실에 들어간다. 예진실은 체육관에 부스를 설치하여 각 부스마다 담당 의사가 상주하며 예진을 하는 구조였다. 예진이 끝나면 새로운 번호표를 뽑아 백신을 접종하러 간다.
접종실 또한 예진실과 같이 여러 부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후기를 읽으면 오히려 무서울까봐 화이자 백신 접종에 대한 후기를 하나도 읽지 않고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백신 주사기가 작고 일반적이었다. 평범한 독감 예방주사처럼 보여서 안심이 됐다. 막상 맞을 때도 생각한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엄청난 횟수의 백신을 접종하시다보니 의사 선생님이 베테랑이 되어버리신 것 같았다. 접종 후 “맞은 줄도 모르겠어요”라고 중얼거리자 멋쩍게 웃으셨다.
접종 후에는 대기실로 가서 15분을 기다리며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지 관찰한 후 돌아가면 된다. 대기실로 갈 때는 접종 후 주의사항이 담긴 팸플릿을 배부해준다. 15분 후 알람이 울리는 진동벨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받지 못했다. 대신 대기 좌석 앞에 있는 텔레비전의 시계를 보면서 기다렸다. 대기실 담당 의사가 돌아다니면서 접종자들의 상태를 살핀다. 20여 분 정도 대기하고 이상 반응이 없어 접종 센터를 떠났다.
접종 후 바로 접종 확인 문자 메시지가 왔다. 평소 방역 QR 체크인을 위해 이용하던 카카오톡 QR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연동했다. 접종 과정부터 인증까지 포드 시스템으로 일사천리 이어져서 정말 신기했다.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 간에 3주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 대기실에 2차 접종 날짜가 공지되어 있었고, 1차 접종 후 즉시 2차 접종 일시문자 메시지가 왔다.
귀가하는 길에 약국에 들려 타이레놀과 방수 밴드를 샀다. 백신 접종 후 3~4시간 정도는 컨디션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틀 정도 아플 것을 대비해 기운이 있을 때 모든 일을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집안일과 업무 관련 비대면 회의를 했다. 정말 4시간 정도 까지는 괜찮았다. 열에 아홉은 접종 후 열이 난다는 친구의 말에 타이레놀도 한 알 복용했다. 원칙적으로 24시간 동안 샤워는 금지지만 접종 센터와 대중교통에서 너무 많은 사람과 접촉한 것이 찝찝했다. 따라서 접종 부위를 충분히 가리는 방수 밴드를 붙이고 간단히 씻었다.
회의 후 급작스럽게 체력이 떨어지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접종 후 5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깨어났을 때에는 미열이 났고 어지럼증과 편두통이 있었다. 접종 직후부터 느껴졌던 접종 부위 팔, 어깨 통증도 이 때 가장 심각했다. 어깨에 얼음 찜질을 하고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증상이 많이 호전되어 간단한 산책도 하고 다시 요양 했다. 푹 쉬었음에도 3일이 지나고서야 평소의 컨디션이 돌아왔다.
접종 후 3일이 지나면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후 이상 증상을 묻는 설문 링크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이후 백신 접종을 할 사람들의 이상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니 꼭 답변을 하는게 좋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주변의 학원 종사자, 교육 관련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 소식을 속속 듣고 있다. 백신 접종이 안전하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코로나 19 확산세가 잠잠해져 초,중,고등학교의 등교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그 때까지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며 백신 2차 접종을 기다려야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