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이랑혁 구루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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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서비스를 무료공개하고 사용자들이 어떻게 쓰는지 관찰했어요. 몇 시간동안 말도 없이 손과 책만 촬영하는 ‘캠스터디’라는 영상이 나타났죠.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똑같은 방식으로요.”
‘국민 온라인 독서실’로 불리는 캠스터디의 탄생이다. 등록된 영상 스터디룸은 2만5000개, 이용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여전히 활성화된 스터디룸도 1만개에 이를 정도로 이용자가 꾸준히 유입된다. 토종 스타트업 구루미의 캠스터디는 2016년 등장했다. 글로벌 화상회의 앱 ‘줌'(zoom)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설립 10년차인 구루미는 AI(인공지능)를 적용한 맞춤 서비스 등 기능 고도화에 나섰다. 해외진출도 노린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트레이드 마크’ 격인 파란 머리 그대로였다.
회사보다 먼저 사용자들이 발견한 ‘캠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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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을 전공한 이랑혁 대표는 2015년 9월 구루미를 설립했다. 2016년 웹에서 간편하게 사용하는 화상회의 서비스를 내놨다. ‘액티브엑스’같은 플러그인이 없이도 끊김없는 화상회의가 가능하게 하는 웹RTC 기술로 특허도 보유했다. RTC는 ‘실시간통신기술’의 약자다.
십여년 전만 해도 ‘스카이’ 등 화상채팅을 하려면 액티브엑스나 플래시를 컴퓨터에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웹RTC를 사용하면 별도 프로그램이나 플러그인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PC 운영체제에도 부담이 적다. 구루미는 이처럼 기술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사용자 요구를 파악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책과 손만 찍는 ‘희한한’ 영상은 이 대표도 예상 밖이었다. 이 대표는 “결국 ‘방장’이라고 하는 캠스터디 운영자에게 연락해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며 “이들은 혼자이지만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하더라.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극도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무릎을 쳤다. 캠스터디에 D데이 기능, 시간표시와 누적 공부시간 계산 등을 추가하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이용자가 늘며 중국 등 해외 매체들의 관심도 받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화상회의·교육 수요가 급증했다. 대통령 행사나 정부 관련 회의에 실시간 영상참여 툴도 제공하게 됐다. 구루미는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데이터 지키는 국산앱…해외진출 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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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요 서비스는 캠스터디와 캠스터디 B2B 모델인 ‘구루미 비즈’, 학원에 제공하는 서비스 ‘올리고’ 등이다. 일반 캠스터디는 무료여서 수익원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화상회의나 강의가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더욱더 새 성장동력이 절실해졌다.
새 활로는 AI 기술과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교육 부문에선 AI 기반 데이터 학습으로 학생의 수업 진도율과 이해도에 맞춘 학습관리가 가능한 기능을 내놨다. 이 대표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중동 교육시장 진출도 시작했다.
한화생명과 협력해 ‘일대다 모바일 화상 상담서비스’도 구축했다. 보험은 그동안 대면처리 위주였으나 이 서비스를 통해 전자문서 서명, 보험금 청구, 계약 정보 확인·변경까지 할 수 있다. 화상 서비스로는 얼굴을 보여야 하니 보이스피싱 시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 대표는 “줌이 잘 만든 제품인 건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구루미는 국내 사용자들이 필요한 형태로 서비스를 변형할 수 있는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구루미가 국산 앱인 만큼 데이터 보안에 유리한 점도 있다. 이 대표는 “해외 프로그램이라면 데이터가 (해외로) 나갈텐데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려면 서버도 데이터베이스도 국내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이랑혁 대표(A)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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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란머리가 인상적이다. 처음 염색하게 된 계기는.
A. 천문학을 전공했는데, 구름과 별을 좋아해서 회사 이름을 ‘구루미’로 지었다. 캠스터디 초기에 고객조사를 하니 세대별로 20대가 70%, 성별로 여성이 70%였다. 피드백을 얻고자 고객을 만났는데 쉽게 말하지 않더라. 더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으로 염색을 생각했다.
Q. 그 이후 고객과 소통이 좋아졌나.
A. ‘캠스터디 우수 이용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독서실을 드린다’ 하며 노트북을 증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때 파란 구름이(구루미) 아저씨가 선물을 드린다고 하고 처음 파란 머리를 했다. 이후로 고객들과 대화하기가 좋아졌다.
Q. 창업 후 가장 힘든 때는.
A. 항상 바로 지금이다.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성취감과 행복감이 있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진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에 감사하고 이러한 감사함이 힘든 순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Q. 자녀에게 창업을 권유할 것인가.
A. 하고 싶어 한다고 하면 당연히 시킬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저보다 더 나은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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