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1400원을 넘나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가계대출과 환율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한은의 양대 책무인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당장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 3분기 가계대출, 3년 만에 최대폭 증가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대출이 16조원 늘어난 1795조80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2021년 3분기(34조8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타대출(683조7000억원)은 12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1112조1000억원)이 19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10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9월(+5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5000억원 늘면서 전월(+6조8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같은 기간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 감소에서 1조1000억원 증가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특히 최근에는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 9월에 3000억원 감소했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7000억원 늘면서 증가로 전환됐다. 상품별로는 주담대가 1조9000억원, 기타대출은 8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월(각각 +7000억원, -1조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금융안정을 달성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에 박차를 가하기 어려워졌다. 금리를 내릴 경우 조달 비용이 낮아져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10월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8월 9조7000억원에서 9월 5조2000억원으로 내려온 것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내린 바 있다.
◇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돌파… 强달러 지속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어서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 종가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각각 1403.5원, 1406.6원, 1405.1원 등을 기록하면서 3거래일 연속 1400원을 넘겼다. 15일(1399.50원)부터 1400원 밑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高)환율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환율 급등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그나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도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은의 또 다른 책무인 ‘물가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오르면서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안정세로 접어든 바 있다.
시장에서는 가계대출과 환율 급등세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달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11월에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환율이 오름세인 것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안할 때 한은은 금리 동결 쪽에 무게를 더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을 감안해도 쉽게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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