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구 권력, 우크라 관련 입장차
국정원 “두 입장 사이서 균형 잡겠다”
미국 정권교체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 가능성이 힘을 얻는 가운데 우리 정보당국이 “조기종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러 군사협력 강화의 ‘핵심 동력’을 차단하기 위해 종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미국 신구 권력의 뚜렷한 입장차를 감안하면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차 개최된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이 북한 현안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넘겨주지 말아야 할, 넘겨주기 어려운 기술조차 넘겨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조기종전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을 (국정원이) 했다”고 전했다.
장비·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러시아의 대북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양자 군사협력도 강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소모전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미국 신구 권력 간 입장차를 “잘 알고 있다”며 “두 개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전쟁 조기종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우크라이나에 허용했다. 자신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사용을 금지했던 대인지뢰도 우크라이나에 공급키로 했다. 정권교체에 따라 미국 대외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남기려 한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결정이 트럼프 당선인 입장과 사실상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황 악화로 가는 사다리를 또 한 계단 더 올라간 것”이라며 “일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어떻게 전쟁을 끝내도록 할 것인지, 합의 틀은 무엇이고,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부연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전 세계에 앞장서 알리며 ‘국제사회 연대 대응’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로선 미국 신구 권력 입장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어, 바이든 행정부 및 우크라이나 측의 추가 기여 요청을 어느 수준에서 수용할지 주목된다.
윤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수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외교적·경제적·군사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관련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 지원 방안이 도출될 거란 관측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먼저 받아봐야, 얘기를 들어봐야 알겠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두 달 정도 주어져 있는 시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투가 더욱 격해질 거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한국도 우방국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