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쌀값폭락과 수입농산물 범람에 성난 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모인 1만여 농민(주최측 추산)들은 쌀값, 기후재난, 농가부채 등 농업현안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윤석열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이하 농민의길)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과 함께 20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총궐기를 진행했다.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하락한 쌀값과 이전 정부 때보다 저관세‧무관세 농산물 수입이 더 확대되면서 농심(農心)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농민의길 상임대표인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대회사에서 지난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을 상기시켰다. 하 의장은 “백남기 농민이 떠나고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린 지 8년이 다 됐다”라며 “그동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나. 백남기 농민이 바라던 세상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 의장은 “박근혜보다 더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농업, 농촌, 농민을 완전히 지워버리려 한다”라며 “쌀값폭락, 수입남발, 기후재난에 농사를 지어봤자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민생파탄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려 백남기 농민이 바라마지않던 농민해방 세상을 향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국회의원들도 이날 대회에 합류해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원택, 문금주, 임미애 의원이 참석했으며 진보당은 윤종오, 전종덕, 정혜경 의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임만수 전라북도 본부장은 “정부는 쌀값 폭락의 원인이 소비량 감소에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매년 40만8700톤의 쌀이 수입되고 있다. 딱 그만큼 쌀이 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이 남는 원인이 수입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생산량을 줄여 농민들을 때려잡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기후재난 역시 농민들에게 심각한 문제다. 전국여성농민회 한경례 부회장은 “바람에 쓰러진 콩은 콩깍지 속에서 싹을 틔워 갈아엎고 있다”면서 “생육이 멈춘 양파, 폭우로 잠긴 농작물, 폭염에 폐사한 가축, 벼멸구로 흉작이 된 쌀농사 등 많은 농축산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더 무서운 점은 오늘의 피해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많은 피해가 다가온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나서 기후재난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벼 재배면적 감축 중단 ▲수입농산물 저지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및 기후재난지원금 지급 ▲농가부채 특별대책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인근에서 노동 기본권 쟁취 및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날 농민들은 본 대회에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부문별 사전집회도 열었다. 마늘‧양파 농민들은 같은날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손해보험 앞에서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표자대회를 진행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김창수 회장은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5% 줄였기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빗나갔다. 그 원인은 수확기 전부터 정부가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냉동마늘 수입이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다. 우리가 제값을 받고자 줄인 생산량만큼 더 수입한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핑계로 수입만 고수하는 윤석열정부를 두고 봐야 하냐”고 반문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남종우 회장도 “양파 물량이 부족한데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농업을 지키는 게 아니라 농업을 팔아먹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가을장마로 피해를 입은 마늘‧양파 농가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 모인 마늘‧양파 농민들은 여름 폭염에 이은 가을 장마로 농사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마늘생산자협회 최청집 경상남도지부장은 “올해는 봄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사를 망쳤는데 가을에도 비가 많이 와서 파종한 마늘이 썩었다”라며 “한 농민은 농사를 접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풀빵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농촌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는 쌀값보장 농민결의대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지난 11일부터 농협중앙회 앞에서 쌀값 보장을 촉구하는 노숙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농민들은 농협에 실질적인 쌀값 대책을 거듭 촉구하며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피해 해소를 위한 요구안’을 농협중앙회에 전달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윤석열정부는 쌀값이 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연일 떨어지고 있다”라며 “올해는 기후 재난도 심각해 농민들이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심사 중인데 윤 대통령이 거부했던 법안”이라며 “윤석열정부는 2년반 동안 농산물 수입 예산을 늘리면서도 쌀값대책, 기후재난대책은 없다. 무조건 수입에만 의존하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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