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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 괴롭힘 논란 “근로자 아냐” 결론…‘노동권 보호’ 논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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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동당국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뉴진스 사례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20일 뉴진스 팬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하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하니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사옥에서 겪은 일을 폭로하며 시작됐다. 당시 그는 복도에서 대기하던 중 다른 연예인과 같이 있던 매니저에게 인사를 했으나,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접한 뉴진스 팬은 소속사 하이브 내에서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냈다.

이후 하니는 지난달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해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날 하니는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하이브 사옥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밖에서 기다리던 중 다른 팀 멤버들과 매니저 분을 마주쳐서 인사를 했다”며 “5~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는데 나오면서 그 매니저님이 제 눈을 마주치고 따라오는 멤버들한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애초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이런 문제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선·후배, 저와 같은 동기, 지금 있는 연습생들도 이런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혹을 접수한 서울서부지청은 하니가 소속사와 체결한 매니지먼트 계약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적용받으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하는데, 현재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닌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 대상자’에 해당된다.

하니와 소속사 간 계약 내용은 서로 대등한 당사자 지위에서 각자의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이며, 하니가 소속사의 일방적인 지휘나 감독 하에 일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노동당국의 판단이다.

이외에도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회사 취업규칙 등 사내 규범·제도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점 △일정한 근무 시간이나 근무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가 없는 점 △연예 활동에 필요한 비용 등을 회사와 하니가 공동으로 부담한 점 등도 근거가 됐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그간 사법부와 행정부는 연예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

앞서 2019년 9월 대법원은 연예인 전속 계약의 성질을 민법상 위임 계약 또는 위임과 비슷한 무명 계약이라고 판결했다. 정부 역시 2010년 연예인에 대해 노동자가 아닌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 대상자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하니의 사례는 연예인의 법적 지위와 노동권 보호 문제가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 등에서는 연예인 등 프리랜서 아티스트의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은 국정감사 당일 “기술 사회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플랫폼 노동자, 특고노동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가 850만명에 육박한다”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일하는 사람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니의 사안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 노동자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며 “제도의 미흡한 점이 있다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 김유진 노동정책실장도 동의를 표했다.

연예인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고용 형태와 계약 구조로 노동활동을 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권 보장과 보호 장치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소속사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뉴진스 멤버들도 일응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나이가 적은 아이돌의 경우 소속사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사와 아티스트가 실제 ‘동등’한 관계가 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회사는 상당 기간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며 아이돌에게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과 연습생은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강력한 업무지시를 받으며 일하면서 각종 폭력이나 노동 착취 등의 피해를 입고도 노동관계법령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단체는 직장 내 괴롭힘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이어 LO의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을 비준해야 하며 아이돌의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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