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라는 도시의 지도 위에 토끼가 심어놓은 이스터에그를 찾아 나선다.
예술가들이 꽁꽁 숨겨 놓은 메시지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사라진 것과 존재한 듯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아우르며 개인의 역사에 주목한다.
토끼가 심어놓은 달걀의 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달걀을 찾다 보면 어느새 나와 이웃의 이야기로 모여 새로운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5월 진행한 신진작가 주제 공모 프로젝트의 결과전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를 개최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올해 처음 신설한 신진작가 공개모집 프로젝트 ‘얍(YAB)-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작가 5팀이 ‘수원, 장소·기억·사람’을 주제로 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한 전시다.
선정 작가는 김소라(사진, 설치), 신교명(회화, 설치), 유다영(사진, 영상), 정은별(회화, 조각, 설치), XXX(윤이도, 김태희)(회화, 조각, 설치)로,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스터에그를 숨기는 토끼가 되어 ‘수원’이 가지고 있는 다층적 이야기를 작품으로 소개한다.
먼저, 사진과 미디어, 설치 작업을 진행한 김소라 작가는 아버지의 유품인 아날로그 필름 사진에서부터 출발해 수원의 장소를 추적해 나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신작 ‘장안공원에서'(2024)처럼 오래된 아날로그 필름 사진과 편지, 기록물들은 동일한 장소에서 작가가 새롭게 채집한 이미지, 소리와 중첩되며 시공을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창조한다.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을 창조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과 순환적 관계를 탐구한 신교명 작가는 수원의 식당가와 관광지에서 발견한 낙서로 기억과 추억의 형태를 돌아보게 하는 ‘두들러1′(2024)을 소개한다.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 놓인 이미지로 ‘수원’에 있었던, 또는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모호하게 해석한 유다영 작가의 ‘읽을 수 없는 기억'(2024)이나 폐허와 모퉁이에서 발견한 불안과 무력감을 표현한 정은별 작가의 ‘드리우는 그림자 사이로'(2024) 역시 ‘수원’이 갖고 있는 생명력과 공허함을 동시에 조명하며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노후화된 도시 문제와 노인 문제를 탐구하는 XXX(윤이도, 김태희)는 구도심이 되어버린 수원 시장과 그곳을 지키는 수호령 같은 개인들을 하나의 풍경에 담은 ‘첩첩시상'(2024)을 선보이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 주인공으로서 빛나는 삶들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학예사는 “전시명은 작가들이 수원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각각의 토끼가 되어 우리에게 달걀을 찾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이번 전시에는 역사적인 대서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다. 관람객들 또한 작가들과 함께 한 마리의 토끼가 돼 일상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계를 대표해 앞으로 나아갈 신진작가가 새롭게 바라본 수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진행되며, 수원시립미술관 2·3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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