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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탄핵 탓에 민생현안 해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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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인 체제’이기에 민생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사업자 제재나 재허가 심사를 하지 못해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빚는 건 사실이지만 과장된 면도 있다. 

1인 체제 탓에 민생현안 논의 못한다?

지난 1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항고가 기각되자 방통위는 정식 입장문 외에 추가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방통위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민생 현안을 적기에 처리하지 못해 국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방통위의 행정마비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소비자 기만 문제, 단통법 폐지 등 당면한 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AI 딥페이크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새로운 현안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마저 불가능하고, 심지어 이와 관련한 딥페이크 음란물 삭제 차단 등 제재 처분마저 중단됨으로써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하고, 국회 몫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민생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그러나 이들 주장은 과장된 면이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딥페이크 삭제·차단 등 제재 처분마저 중단됐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딥페이크 콘텐츠는 방통위가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심의한다. 방심위의 방송심의는 ‘제재’처분이 이뤄질 경우 방통위가 행정 처분을 내리지만 통신심의는 ‘시정요구’만 할 수 있어 방심위가 직권으로 처리한다.

방심위는 방통위와 달리 딥페이크 차단 성과를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방심위는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종합대책 추진 한달, 시정요구 1.5배, 수사의뢰 2.4배」 보도자료를 내고 집중 심의를 벌인 결과 차단 등 심의 등 건수가 급증했다고 했다.

방통위는 삭제·차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작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는 삭제·차단 건수가 늘었다고 성과로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심의 시정요구 등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방통위 차원에서 사업자에 과징금 등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방통위의 심의의결기능이 마비될 경우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조치결정이 불가능해 사업자의 의무이행 강제수단이 제약받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콘텐츠 유통에 따른 과징금 부과는 일상적인 업무는 아니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 이전까지 줄곧 대통령 추천 위원 2인 체제로 운영하며 100여건을 의결했는데 시정요구에 따르지 않는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 안건은 1건도 없었다. 연예인 등에 대한 딥페이크는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임에도 방통위 차원의 제재는 없었던 것이다.

단통법 관련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통법 폐지 및 대안 마련은 방통위 의결 사항이 아닌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국회에선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단통법 폐지 및 대안 법안을 발의해 심사를 앞두고 있다. 주무부처가 정부안을 내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간 방송법 등 현안에서 방통위가 정부 법안을 내도 논의는 국회가 주도해왔다. 법안심사 과정에서 방통위측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방송재허가 연기·TBS 정관 반려 때도 ‘1인 체제’ 강조

방통위는 정책 과제를 다룰 때도 1인 체제 탓에 제동이 걸렸다고 반복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4일 「방통위 미구성으로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재허가 사전동의’ 처리시한 넘겨」 보도자료를 냈다.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신안유선방송의 재허가 사전동의를 기한 내에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내부검토를 완료하고도 현재 1인의 상임위원만으로는 회의를 열 수 없어 기한 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유료방송사업자 재허가 사전동의 여부에 대해 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방통위가 조속히 정상화 되어 민생을 위해 시급한 현안과 중요한 의사 결정 사안을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을 전했다. 

방송사 재허가 연기가 정상적 상황이 아닌 건 사실이다. 다만 신안유선방송은 신안군 비금·도초면 거주자 중 가입자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재허가 심사가 연기될 경우 방송이 중단되지 않고 자동으로 연장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때 주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를 기한 내에 하지 못해 연기한 사례가 있으나 당시엔 주요 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위원장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방통위는 두 차례에 걸친 TBS의 정관변경 신청을 반려할 때마다 1인 체제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2차 정관변경 신청 반려 직후인 지난 5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TBS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1차 신청 반려 직후인 지난 9월25일에도 김태규 직무대행은 “저희도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손발이 묶인 사람이 어떻게 도와줄 여력이 생기겠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방통위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민주당을 역공하는 데 TBS 문제를 이용한다는 점에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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