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을 함께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동반 태업(준법투쟁)을 벌인 20일 오전 시민들이 출근길에 불편을 겪었다. 이미 만원인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줄줄이 늦게 도착해 승강장에 대기 중인 승객들이 탑승하지 못했고, 평소 2분에 1대 오던 열차가 5분에 1대, 1분에 1대 등 들쭉날쭉하게 도착하기도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운행을 시작한 첫차부터 오전 9시까지 수도권 전철 열차 총 470여 대 중 23대가 20분 이상 지연 운행했다. 전날보다는 지연 운행한 열차가 줄었다. 경의중앙선과 1호선에서 주로 지연 운행이 발생했고, 오전 10시40분 현재도 1호선·경의중앙선에서는 일부 열차가 10분 정도 지연되고 있다. KTX와 무궁화·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지하철 1~8호선에서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는 없다고 밝혔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수도권 전철 1·3·4호선을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2호선과 5~8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고, 코레일은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경강선, 서해선을 운영한다. 코레일 직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는 지난 18일부터 태업을 시작했고,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부터 태업에 돌입했다.
정모(33)씨는 이날 오전 7시20분쯤 지도 앱에서 1호선 열차 실시간 위치를 확인한 뒤 집을 나섰다.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어서, 현재 들어오는 열차를 놓치면 15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씨는 “오류동역에서 열차에 탑승했더니 평소보다 승객이 배 이상 많고 너무 빽빽해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는 안내원 이모(62)씨가 경광등을 들고 내리는 승객들에게 천천히 이동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씨는 “평소에는 오전 9시30분이 넘으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데 (태업 둘째 날인) 어제는 하루 종일 지하철이 꽉 차 있어 승객이 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역사 안에서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전동열차가 지연운행되고 있습니다. 급하신 분들께서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경기 군포시에 있는 1·4호선 환승역 금정역은 4호선 서울 방면 승강장이 유달리 붐볐다. 스크린도어 앞 승차 위치마다 최소 20명 이상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열차가 도착해도 대기줄이 절반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 8시에 줄을 섰더니 열차 두 대를 보내고 12분 뒤 도착한 세 번째 열차에 탈 수 있었다.
사당역에서 만난 이모(28)씨는 금정역에서 사당역에 도착하는 데 46분 걸렸다고 했다. 평소에는 24분 소요된다. 금정역에서 만원 열차 두 대를 먼저 보냈고, 세 번째 열차에 탑승하는 데 12분 걸렸고, 열차가 사당역까지 도착하는 데 34분 걸렸다. 정해진 정차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태업’으로 10분 연착한 셈이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수인분당선 왕십리역 승강장에서는 안내요원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승객들에게 “그만 내려와주세요”라고 외치며 제지했다. 승강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였다. 선릉방면 열차를 기다리던 신모(25)씨는 “평소에도 승객이 많았지만 오늘 유독 심한 것 같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도착한 열차를 이미 한 대 보냈다”고 말했다.
평소 출근시간대에는 2분에 1대씩 오던 2호선 열차는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했다. 오전 8시쯤 도착한 열차는 5분 만에 1대 왔는데, 다음 열차는 1분 만에 도착했다. 모든 기관사가 태업에 가담하고 있지는 않은 영향으로 추정된다. 태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공사 직원의 60% 정도만 가입돼 있고, 한국노총 소속 2노조와 제3노조는 아직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노선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더라도 열차 안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붐볐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선릉역으로 출근하는 이유정(33)씨는 “태업 때문인지 열차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강남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러 간다”고 말했다.
열차가 지연돼 직장에 지각할까 걱정돼 버스를 탄 시민도 있었다. 쌍문동에서 버스를 타 종로1가에서 내린 김모(39)씨는 “지하철을 타면 버스보다 15분 정도 빨리 도착하는데, 어제 너무 (지연 운행으로) 고생해 오늘은 버스를 탔다”고 했다.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기관사가 용변이 급하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정해진 정차 시간을 그대로 지키는 ‘태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측과 교섭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음 달 초 ‘동반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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