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회가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 심사를 마치고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여야는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특히 여야는 검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의 예산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 지점은 곳곳에 산적해 있습니다. 이른바 ‘김건희 예산’, ‘이재명 예산’으로 불리는 예산에 대해 ‘칼질’을 예고한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한 민주당 내에선 19일 ‘준예산’ 언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Q. 여야가 강조하는 예산 심사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여야는 본격적인 예산 심사를 앞두고 자당의 예산 심사 방향을 설명합니다. 국민의힘은 전날(18일), 민주당은 지난 4일 당의 예산 심사 방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예산 증액 분야를 크게 7개로 나눴습니다. 우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및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연계하거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실시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AI(인공지능)·반도체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 및 투자 강화’도 약속했습니다.
이외에도 △저출산 대책에 대한 예산 증액 △지역 활성화 방안 △딥페이크 성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척결 사업 강화 △필수 의료체계 예산 추진 및 장애인·어르신 지원 예산 확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 강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일찌감치 당의 예산 심사 방향을 발표한 바 있죠. 민주당은 ‘6대 민생·미래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계속 추진 △재난안전 예산 증액 △RE100에 대응한 에너지고속도로 투자 및 재생에너지 사업예산 증액 △저출생 극복을 위한 아동수당 확대 및 우리아이 자립 펀드 예산 반영 추진 △AI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Q. 내년도 예산 심사의 쟁점은 무엇인가요?
A.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큰 화두 중 하나는 ‘권력기관 예산 삭감’ 문제입니다. 여야가 언론에 제공한 예산 심사 방향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언급이 가장 처음 거론될 정도입니다.
민주당은 권력기관에 대한 예산 삭감 방침을, 국민의힘은 이를 비판한 것입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감사원 등의 특활비와 특경비를 ‘깜깜이 예산’으로 규정하고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특활비 80억원·특경비 506억원)과 감사원(특활비 15억원·특경비 45억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 등의 특활비, 업무추진비, 특경비에 대한 전액 삭감도 벼르고 있습니다.
Q. 국민의힘은 왜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반발하나요?
A.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이라고 반발합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민주당의 검찰 예산 삭감이 무관치 않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18일) 예산안 심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민생의 최후 보루인 예산마저도 이 대표 방탄과 정치 공세에 활용해, 정부 각 부처를 분풀이식 예산 삭감으로 겁박하고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검찰의 예산이 삭감될 경우 마약·딥페이크·사기 사건을 비롯한 각종 수사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Q. 권력기관 예산 외엔 대립 지점이 없나요?
A. 이외에도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두고 충돌할 지점은 산적해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김건희 예산’, ‘이재명 예산’으로 불리는 예산에 대한 칼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의 국비 지원액 전액을 삭감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증액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다만 예산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을 ‘김건희 예산’으로 규정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74억7,500만원을 감액해 433억5,5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아울러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사업), 용산공원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비 등과 관련한 예산 삭감 문제도 여야의 충돌 지점입니다. 정부의 ‘비상금’ 격인 예비비도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소위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비비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감액해 단독으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Q. 왜 ‘김건희·이재명 예산’이라는 단어가 생겼나요?
A.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은 대표적인 ‘김건희 여사표 예산’으로 불립니다. 김 여사가 지난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야당은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대왕고래 사업 예산에 대한 삭감도 벼르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표 예산’으로 불립니다. 윤 대통령이 대왕고래 사업에 대해 직접 발표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재명 대표표 예산’도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이에 해당됩니다. 지역화폐 사업은 이 대표가 그간 공들여 왔는데, 이 대표는 지난 4일 당 회의에서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을 증액해서 골목 경제를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Q. 이번에도 법정 시한 넘길까요?
A.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내달 2일까지입니다. 대략 2주의 시간이 남았지만,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여야가 대립하는 지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불필요한 예산 감액을 과감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준예산’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준예산 상황을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준예산은 정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 1일 전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을 경우, 전년도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만약 ‘준예산 사태’가 벌어지면 정부의 주요 사업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입법뿐만 아니라 예산 심사마저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2023년도 예산안은 2022년 12월 24일에, 2024년도 예산안은 2023년 12월 21일 의결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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