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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소송남발에 기업 위축…국부도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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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소송남발에 기업 위축…국부도 유출'
재계 ‘소송남발에 기업 위축…국부도 유출’
박찬대(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1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발의하면서 상법 개정을 둘러싼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민주당이 당초 개정을 검토하던 법안보다 주주 보호에 더욱 기울어지면서 기업 사정을 완전히 도외시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검토할 때부터 “투기 자본의 먹튀 조장법”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해 온 만큼 향후 반발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소송남발에 기업 위축…국부도 유출'
재계 ‘소송남발에 기업 위축…국부도 유출’

민주당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로 기존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가 주주까지 포함되게 했다. 민주당은 또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주 보호 의무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미 밝힌 대로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도 담았다. 기업 경영을 옥죄는 거의 모든 조항들이 망라된 셈이다.

집중투표제는 각 주주에게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로 도입되면 소수주주에게 우호적인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 재계에서는 이 제도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도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대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30대 기업(자산 기준) 중 8곳(26.7%)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해외 자본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서는 4곳이 해당했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의사 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 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국부를 유출해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기업 ‘밸류업’ 차원에서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경영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투자자의 성향뿐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인지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이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는 기업 이사들의 경영 판단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한 등기이사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것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상법 개정이) 기업 밸류업을 위한 것이라면 야당과 함께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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