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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집회 제한 통보가 수백번이 넘는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법을) 넘나들면서 싸울 수 밖에 없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말이다. 양 위원장은 2021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9일 서울 도심 집회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22일 경찰에 출석한다. 양 위원장은 “(2021년)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면서 개방된 공간에서 거리두기를 요청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의 이야기를 알리려면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을 관통하는 부정적인 평가는 불법과 기득권, 정치 세력화다. 기득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강화할수록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더 이득을 본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비판이다. 우리나라 노조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10% 초반인데 이들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쏠려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60 수준이다. 중소기업 노조가 늘어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거나 대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비정규직 감소 등이 해법인데, 우리나라 고용시장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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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적은 민주노총도 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최초로 비정규직 근로자 출신이다. 민주노총은 아직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해 찬성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기존 근로자 고용 유지 부담 탓에 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정년 연장이 되면 양질의 일자리, 공공기관, 대기업 일자리는 파이가 줄어드는 문제여서 청년 (일자리) 영향이 있다”며 “문제는 파이를 늘리는 것이다, 계속 고용이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와 사용자가 폭넓게 늘리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권 초반부터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 20일과 내달 연이은 집회로 정권 퇴진을 촉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퇴진이나 공론화 운동에 능했지만, 어떤 정권을 창출하고 이 대안을 정권에 관철하는 힘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와 같은 노동권과 사회 공공성 강화안이 정권의 국정 방향이나 국회 지형에 따라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이 내놓은 대안이 얼마나 국민적인 공감을 형성할지도 지난한 과제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정치세력화 논의가 들끓지만 아직 특정한 방향을 결론짓지 못했다.
이 상황은 민주노총을 노정 대화의 ‘주변부’로 밀어내고 있다. 매 정부 정책파트너 역할을 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총이 비교되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첫 면담을 하는 등 정부·집권여당과 대화 통로가 넓다. 다만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현 정부에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란 교훈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고침협의회는 MZ노조란 별칭으로 투쟁 없는 합리적 노조로 평가됐다.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에 반대했고 이후 정부와 교감은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대안을 관철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노총의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고침협의회에 대해서는 “주장했던 내용, 활동 방식은 민주노총도 고민했었다”며 “민주노총이 매번 투쟁만 하는 것으로 이미지화됐는데, 파업없이 발전적인 대안을 찾는 사업장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권리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을 ‘새로고침’도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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