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방심위가 외부 전문가의 조사위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엔 선임 비용을 노조가 지불한다면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외부 전문가의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노조는 류희림 위원장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8월 방심위 직원 A씨는 상사 B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다며 방심위에 신고했다. 이후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직원은 지난 9월 정식조사를 요청했지만 11월19일 현재까지 조사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B씨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 2월 팀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놓고 제보자를 색출했던 특별감찰반 출신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본인 ‘민원사주 의혹’ 막겠다고 제보자 색출 감찰반 꾸린 류희림 위원장]
외부 전문가의 조사위 참여 여부가 노사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심위 공문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10월 외부 전문가 선임과 관련해 “별도 책정된 예산이 없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러한 사정에도 노조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를 추천할 경우 추천된 전문가를 포함해 조사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조사위 위원으로 외부 위원을 선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을 바꿨다.
이미 외부 전문가(노무사)와 계약을 체결한 방심위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통화에서 “사측의 공식적인 조사기구에 노조가 비용을 지급하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사측의 지속적인 억지로 노조는 이미 비용을 지급하기까지 했다”며 “노조가 외부 전문가 선임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는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이지, 신고인에게 유리한 조사를 위함이 아니다. 노무법인 선정 시 사측과 협의할 의사도 밝혔다”고 말했다.
방심위 사측은 오는 21일까지 내부 직원을 조사위원으로 추천해달라고 노조에 통보한 상태다. 기한 내 노조가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방심위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조사위에 포함시켜 조사위를 구성할 수 있다. 노조가 조사위원을 추천한다면 사측 추천 2인, 노측 추천 1인으로 조사위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당사자는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방심위 내에서 처음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이기도 하고 외부 전문가 없이는 사측이 원하는 대로 조사위가 끝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심위 측은 앞서 10월 보낸 공문에서 “방심위 내규에 따르면 외부 위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 보기 어렵고 사안의 성격, 신속한 절차 진행 필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외부 전문가의 선임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노조 추천 혹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조사위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위 구성 자체를 노조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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