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 조직 개편으로 경찰 사회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전국 치안센터의 22%가 폐쇄됐고,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신설됐으며 대규모 통폐합으로 막대한 인력이 각종 부서를 오고 갔다.
그 이후 치안강국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의와 민중을 위해 범죄 현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사이에만 경찰관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끊으려는 시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관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두고 이 같은 문제를 집중 조명해 최전선에 놓인 현직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한’ 새로운 변화의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MZ세대 경찰직을 그만두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막상 꿈은 이뤘지만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에 자존감은 떨어지고 회의를 느끼는 거죠. 무엇보다 떨어진 자존감을 조직에서 보호해 주지 않으니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달되는 정책은 시시때때로 급변하고 소통은 전무했다. 오로지 명예를 바라 자처한 민중의 수호자가 처한 현실은 박봉, 그리고 ‘견찰’이라는 멸칭이었다. 끊이지 않는 악성 민원과 고강도 업무로 근무 환경은 열악했고, 그마저 꿈꿨던 명예마저 허물에 불과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8일 이같이 복잡다단한 불만이 얽혀 있는 경찰 조직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건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강소영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지휘부가 과감히 경찰 만능주의를 타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과거 경찰 내부망에 올린 ‘청장 메시지’를 통해 “지금도 24시간 출동한다는 이유로 타 기관 업무까지 처리하거나 정신질환자 입원과 같은 사회적 문제 앞에서 출동한 현장 경찰만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있다”며 “경찰이 만능이 아님을 인정할 때 경찰이 정말 경찰다워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 만능주의는 해결되지 못해 목숨을 잃은 경찰이 끊임없이 발생해 왔으며, 결국 경찰총장 탄핵 논의로까지 번졌다.
앞서 [벼랑 끝 경찰들] 기획기사 1편과 2편, 3편에서 만난 취재원들 역시 현장에서 경험한 경찰 만능주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불통하는 지휘부를 향해 변화를 호소했다. 그러지 않으면 탈경찰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연 경찰 조직을 되살릴 해결 방법은 있을까. 강 교수는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찰청 지침을 통해 경찰들이 과다하게 맡고 있는 업무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최근 경찰청장 탄핵 청원이 5만명을 넘겨 경찰 조직에 내홍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내부 불만이 탄핵 청원까지 이어진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이전에도 경찰 조직 내부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고질적인 문제로 현업 직원이 외부에 탄핵을 요청하는 수준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조직 내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경찰 조직의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과 지휘부의 의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가장 큰 불만일 것이라고 본다. 지휘부가 현장 경찰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찰 개개인이 의견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직원이 워낙 많고 조직 자체가 수직적인 분위기다 보니 현장 경찰들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본청에서는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려고 해도 실제 개개인의 불만은 전국 단위로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갭을 줄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
경찰 조직은 어떤 정책적 변화를 긴 시간 동안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본청은 최선책을 찾아 수직적으로 하달하게 된다. 일선 현장에 있는 경찰들에게는 이 같은 방식이 굉장히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Q. 경찰직장협의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 10명 중 8명이 현 조직 시스템에 불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9월 ‘경찰관 과로 실태와 해결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수님은 명예퇴직자 중에서도 조직 구조에 불만을 갖고 나간 경찰이 30%를 웃돌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명예퇴직자는 구분하자면 두 가지로 나뉜다. 경찰 조직은 피라미드식 계급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승진하지 못하면 스스로 나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조직의 불만으로 드러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보상 차원의 문제다. 최근에는 군인들의 월급도 많이 상향됐는데, 경찰 조직의 경우 월급이 하는 일에 비해 적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반 공무원 9급에 해당하는 순경의 월 평균 급여액은 민간 최저임금보다 16만원 많은 수준인 187만7000원이다.
때문에 경찰분들 중에서는 수사 경험을 살려 형사 사건 자문 역할로 로펌에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로펌에 가면 많게는 3배, 4배의 연봉을 받다 보니 나가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결국 승진과 임금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Q. 경찰청에서는 수사관 인력이 대거 충원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현장 경찰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로 수사 업무 자체가 늘었다. 유사하게 최근에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왔다. 두 번의 수사권 조정이 있는 동안 경찰 인력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 업무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그대로인 것이다. 또, 경찰 조직이 워낙 크다 보니 수사관 처우를 개선해서 수사 인력을 새로 모집해도 경찰서 한 곳에 인력 한 명이 늘어나는 식이다. 체감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새로 충원되는 수사관의 역량도 격차가 크다. 베테랑 수사관의 경우 사건을 많이 받아도 빠르게 쳐낼 능력이 되는데, 역량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는 초임 경찰의 경우 사건을 쳐내지 못해 수사 진행이 더욱 더뎌지게 된다.
Q. 외국 경찰과 비교했을 때 국내 경찰 근무 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지.
수사과 교육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한국은 현재 연 단위 대규모 채용을 하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경찰관이 부족하면 상시적으로 자치경찰을 채용한다. 채용한 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현장에서 업무를 교육시키며 역량을 키워주는 식이다.
미국의 경우 거의 1대1 멘토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대한민국은 대규모 충원을 한 뒤 일괄적으로 신입들을 발령하는데, 지금으로선 현장 인력도 모자란 상태이다 보니 교육받지 않은 신입들을 현장에서 가르칠 여건이 되지 않는다.
특히 수사경과나 안보수사경과(이하 안보경과)처럼 업무가 많고 현장 경험을 요하는 전문 부서의 경우 신입 교육 때 더 집중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보경과처럼 간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 특수 전문 경과의 경우 신인 경찰관 때 업무에 관해 배운 상태로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중앙경찰학교(이하 중경)처럼 신입 경찰 교육기관의 교수 요원의 수준이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 경찰관들이 수사연수원이나 인재개발원에서 따로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중경에서 그 정도의 퀄리티 있는 교육을 해 줘야 한다.
Q. 행정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학계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경찰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어야 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경찰국 신설을 기점으로 정권에 예속된 기관처럼 연결고리가 하나 생겼다.
경찰청은 행정적 통제 이외에 어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직이 개설될 때 어떤 사회적 합의나 논의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 개입에 대한 중립성 훼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전에는 승진이나 인사 문제가 경찰청장이나 대통령실에 의해 다뤄졌다면 행정국에 경찰국이 신설되면서 결국 정부 취지에 맞는 인사들만이 혜택을 보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Q. 젊은 경찰관들의 이탈 현상, 연이은 자살 등 조직 내부 문제가 심각해 이대로는 경찰관들의 주장대로 경찰 조직이 무너질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의 치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신규 인력이 수급되지 않아 사양 직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인력이 수급되는지보다 양질의 인력이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경찰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긴 수명을 가진 학생들에게 경찰 외에도 제2의 다른 직업을 고민해 볼 수 있게 가르친다. 경찰학과에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 경찰 시험을 보는 학생들보다 충성도와 사명감이 있다.
이런 학생들이 막상 경찰이 되면 열악한 환경에 괴리를 느끼고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요즘 MZ세대의 경우, 경찰로서 비난받을 때 떨어지는 자존감을 조직에서 보호해 주지 않는 실망감이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Q. 그렇다면 최우선으로 개선돼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인력 배분의 측면에서 하루 동안 신고 건수가 10건도 되지 않는 지역과 1분에 신고가 10건이 넘게 들어오는 지역을 비교했을 때 적절한 인력 배분이 이뤄졌는지 다시 진단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온라인 민원 시스템처럼, 사람 손으로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편리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무슨 일이든 다 해내야 한다는 경찰 만능주의를 탈피하고, 악성 민원에 대해 경찰들이 고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경찰관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장비 문제도 심각하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앉아 있을 공간이나 탈의실이 없는 지구대, 파출소가 있다. 여자 탈의실이 없어 여자 휴게실을 따로 만들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특히 전문 인력을 배출하려면 교육 시스템이나 훈련 장비가 첨단화돼 있어야 한다. 훈련 때 실제로 장비를 사용해 보는 경험을 많이 쌓고 현장에 나와야 하는데, 총알이 아까워 장비를 이용해 볼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다른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낙후된 시설에 대한 정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근무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Q.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약 21명의 경찰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의 절반 가까이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실도 확인됐는데.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조직 차원의 지원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쉽지 않은 문제다. 정신건강 문제는 원인을 하나로 국한하기에 어렵고, 개인적인 일에 업무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현재로서는 정신의학적 진단이나 상담을 받기 어려워하는 우리나라의 정서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경찰관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는 마음동행 센터의 경우도, 워낙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센터 자체도 인지도가 매우 낮다. 현직 경찰에게 물어봤을 때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에 경찰청에서 센터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경찰관들이 상시적으로 보건소 가듯 정신건강 관리 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주길 바란다.
Q. 번아웃을 호소하는 경찰들이 많은데, 이를 해소할 방법은.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경찰 만능주의를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사과는 워낙 논란이 커지다 보니 여건 개선이 된 편이지만, 여성청소년과의 경우 어디까지가 담당 업무인지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사 이후에 사후 관리도 해야 하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까 봐 수사하는 사람이 예방까지 해야 한다.
수사 외 모든 업무는 지자체나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이고, 학교 폭력 같은 경우도 교육 당국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특별 예방 교육만 경찰이 하고, 일반 예방 교육은 학교장이 하게끔 돼 있는데 경찰에 꾸준히 예방 교육을 신청하는 식이다. 현재로선 이같이 경찰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맡아 하게 되는 경우가 무척 많다.
경찰 조직의 지휘부가 조직적 차원에서 업무 분담에 명확한 가르마를 타 줘야 하는데, 지휘부는 오히려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을 해 주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의 입장에서 경찰청이 과감히 결단해 경찰만능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정부의 경찰 처우 개선책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인력 효율화 방안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 간, 업무 간, 직위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찰 만능주의로 과다하게 맡고 있는 업무를 경찰청 지침을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겠다.
법무부가 피해자 지원에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경찰에 투입하는 예산은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후 관리와 피해자 지원까지 도맡고 있는 과의 경우 인력이나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야 하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할 것이다. 경찰 직원이 흔들림 없이 조직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직에 대한 국민분들의 민심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디어나 언론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소명의식을 갖고 입직해 사회를 위해 사명을 다하는 경찰이 대다수다.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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