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올해는 직접 추도식 참석
경기도 용인의 늦가을 정적을 깬 것은 각기 다른 시간에 방문한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후손들이었다.
올해로 37주기를 맞은 추도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불참했던 자리를 직접 채웠다. 범삼성 일가는 여전히 시간을 달리하며 고인을 기렸지만, 그 안에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용 회장, 올해는 직접 추도식 참석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삼성 총수 일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용 회장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IOC 위원과 함께 오전 10시 40분께 선영을 찾아 약 50분간 고인을 추모했다.
이번 추도식은 이재용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추도식이다. 지난해에는 법적 공판 일정으로 불참했으나, 올해는 일정을 조정해 직접 방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삼성이 아닌 범삼성 계열 일가와 시간을 달리한 추도 방식은 과거 상속 분쟁 이후 이어져 온 관행을 유지한 모습이었다.
CJ그룹, 아침 가장 먼저 방문
삼성 창업주의 장손이자 CJ그룹 회장인 이재현은 이번 추도식에서 가장 먼저 선영을 찾았다. 오전 9시경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방문한 그는 약 40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기렸다.
추도식을 마친 후 이재현 회장은 호암의 생전 고택이었던 서울 장충동에서 가족과 함께 별도의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추도식과 별도로 이병철 창업주의 가치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에는 한솔그룹의 조동길 회장과 신세계그룹 사장단도 선영을 방문했다. 다만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인 이명희와 그의 자녀들은 다른 날 따로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으로, 여전히 가족 간 거리감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범삼성 계열 일가는 과거 한날한시에 공동으로 추도식을 진행했으나, 2012년 상속 분쟁 이후부터 각 그룹별로 시간을 나누어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재용 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부친 세대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는 삼성과 CJ가 교류를 넓혀가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이병철 창업주는 1938년 대구에서 청과물과 건어물 수출을 주업으로 하는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한국 재계의 큰 물줄기를 열었다.
이후 1953년 설탕 사업을 시작한 제일제당은 CJ그룹의 모태가 되었고, 1969년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비록 역사의 뒤편에 있지만, 그의 유산은 오늘날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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