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동료의 배신
여직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의 한 역사에서 근무하던 30대 남성 역무원 이모씨가 여직원 휴게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3년간 특정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휴게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 여자친구의 샤워 장면을 촬영하는 등 범행이 계획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행 후, 자신이 아닌 다른 동료의 소행으로 보이게 하려고 증거를 조작한 점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16차례나 여직원 휴게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동료 직원들을 촬영했다. 그의 범행은 공사 자회사 직원이 휴게실 청소 중 카메라를 발견하며 발각됐다.
이후 이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으며,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 해제됐다. 이러한 사건은 직장 내에서의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여직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외국에서도 경고하는 심각성
한국의 몰래카메라 문제는 국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한국 여행 시 필수품으로 챙기라고 권고하며,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도했다.
한 호주 여성은 틱톡을 통해 “화장실 벽 틈새가 화장지로 막혀 있다”며 이는 몰래카메라 설치를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녀는 몰래카메라가 화장실뿐만 아니라 호텔방, 에어비앤비 등 모든 사적 공간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포스트는 “초소형 카메라가 발달하며 사무실, 학교,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몰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리벤지 포르노’ 문제를 함께 언급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광범위한 피해를 강조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최첨단 기술이 범죄 도구로 사용되며 한국의 몰래카메라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화된 법적 대책과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
몰래카메라와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와 함께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범죄 기간, 피해 심각성, 재범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초 불법 촬영물을 강제로 삭제할 법적 근거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동료의 배신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를 드러냈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디지털 성범죄로 확산되며, 피해자들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법적 대응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피해자가 안전을 느끼고, 믿음이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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