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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 “동전 생산 90% 이상 감소… 100원 주인공 이순신 장군, 고액권으로 가야죠”

조선비즈 조회수  

10년 전에 비해 지폐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어요. 동전 생산량은 92% 감소했죠. 100개 만들던 게 8개만 생산하는 거에요.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이순신 장군은 100원 주인공인데, 동전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고액권 인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지갑 속 화폐가 사라지고 카드만 쓰는 세상이다. 현금은 경조사 때말고 쓸일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예식장에선 축의금용 키오스크를 설치해 카드 납부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심지어 이제는 실물 카드도 귀해졌다. 삼성페이나 애플페이를 통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금이 사라진 세상, 돈을 찍어내는 게 주업무인 한국조폐공사는 앞으로 무엇을 업으로 삼아야 할까.

지난 13일 대전 유성구 한국조폐공사 본사에서 만난 성창훈 사장은 “화폐 사용이 감소한 만큼,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며 “예술형 요판화와 예술형 주화 등 문화 상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조폐가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 위변조 방지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 요판과 주조 기술을 바탕으로 ICT·문화·수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조폐공사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화폐 도안 변경부터 신규 사업 계획까지 머리 속 공사 미래 청사진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경제구조개혁국장과 장기전략국장 등을 지낸 성창훈 사장은 지난해 10월 조폐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화폐 사용 감소로 조폐공사의 매출과 수익이 부진하던 시기에 취임한 성 사장은 취임 이후 신규 사업 발굴에 매진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예술형 요판화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선정해 화폐에 인물 사진을 인쇄하는 방식인 ‘요판’(음각판화)으로 제작했다. 대형, 중형, 소형 3종으로 제작하는 예술형 요판화는 선과 점만으로 작품을 구현한다. 화폐 요판조각가의 친필서명과 작품 일련번호를 넣어 한정 제작·판매를 하는데, 가장 큰 대형 판화의 경우 완판된 상태라고 한다.

예술형 요판화에 이어 예술형 주화도 조폐공사가 새 먹거리로 기대하는 분야다. 현재 사업 진행을 위한 법적 검토는 완료됐고,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의 승인만 남아있는 상태다. 예술형 주화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메달’과 달리 ‘통화’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선 통화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성 사장은 “예술형 주화는 국부 창출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 마니아도 있고, 신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형 주화의 발행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폐 도안 변경도 고민하고, 준비할 시기”라며 “현재 사용하는 은행권은 발행 시기가 상당기간 경과했다. 위변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이순신 장군은 100원 주인공인데, 동전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고액권 인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현 지폐 도안 인물이 모두 조선시대 유교 문화 대표자라는 점은 고려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안을 변경할 경우, 신규 화폐를 발행하기까지 26개월가량 소요된다”며 “한은이 요청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화폐 도안 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왜 화폐 도안을 바꿔야 하는가.

“지난 7월 일본은 새 은행권을 발행했다.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고, 화폐 위·변조 방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한국도 화폐 도안 변경을 고민하고 준비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용하는 은행권은 발행 시기가 상당기간 경과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5만원권은 15년, 가장 먼저 나온 5000원권은 18년이 지났다. 이쯤되면 위·변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화폐 도안 변경을 결정하고, 새 화폐를 발행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도안이 변경된 신규 화폐를 발행하기까지 26개월가량 소요된다. 현재 한국은행에서 요청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화폐 사용량이 많이 줄지 않았나. 그래도 도안 변경이 필요한 것인가.

“현금 사용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주요국은 위폐 방지 등의 목적으로 새 은행권을 발행했거나, 신규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 현금사용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화폐의 본원적 역할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주요국도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소외와 소비활동 제약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현금 사용을 원하는 국민의 지불수단이 제약되지 않도록 공적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단 시장에서 돈이 돌고, 화폐 변화에 따라 은행 등의 신규 투자를 유도하는 간접 효과도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가 새 화폐 도안을 내놨나.

“일본이 지난 7월 새은행권 3종을 발행했다. 한달 전엔 영국이 50파운드, 20파운드, 10파운드, 5파운드 새은행권 4종을 발행했다. 유로는 2026년 발행을 목표로 은행권 도안 주제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도안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슈가 인물이다.

“현 지폐 도안 인물이 모두 조선시대 유교 문화 대표자라는 점은 고려할 부분이다. 다만 근현대사 인물로 바꾸는 것은 정치적 대립이 있을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인물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이순신 장군은 100원 주화 인물인데, 동전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고액권 인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 외에도 장영실, 정약용 등 과학이나 실학 인물을 담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 화폐에 두 인물을 세트로 가는 아이디어도 있다. 세종대왕-장영실, 정조대왕-정약용, 고려현종-강감찬, 이순신-류성룡, 이황-이이 처럼 말이다.

“고려해볼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선 한 화폐에 인물 3명을 넣기도 했다. 디자인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조폐공사는 조선시대 대표 서화인 인왕제색도를 화폐 제조 기술로 재현한 인왕제색도 요판화를 제작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는 조선시대 대표 서화인 인왕제색도를 화폐 제조 기술로 재현한 인왕제색도 요판화를 제작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화폐 사용량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줄었나.

“10년 전에 비해 지폐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동전 생산량은 92% 감소했다. 100개 만들던 것을 8개만 생산하는 것이다. 공사의 매출에서 화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었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24%가 화폐 생산에서 나온다.”

―다른 분야의 매출 비중은 어떻게 되나.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이 전체 매출의 25%, 나머지 50%는 백화점이나 온누리, 지역사랑상품권과 골드바·메달 매출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도 있고, 모바일이나 카드형도 있다. 모두 조폐공사가 생산하나.

“올해까지는 조폐공사에서 지류만 했다. 내년부터는 모바일과 카드형도 우리가 생산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온라인상품권 부정 유통 브로커가 드러나는 등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 발행 주체가 나뉘어져 있어서 관리 사각이 발생했다. 내년부터 우리가 총괄 관리를 하는 만큼 관리 사각 지대를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 사용 감소로 인한 경영 위기를 타개할 대책은.

“화폐 사용이 감소한 만큼,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예술형 요판화와 예술형 주화 등 문화 상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조폐가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사가 보유한 위변조 방지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 요판과 주조 기술을 바탕으로 ICT·문화·수출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11월 13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예술형 주화는 현재 생산 중인 메달과 무엇이 다른가.

“예술형 주화는 새로운 법정 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조폐기관은 예술형 주화 발행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한류가 유행하고 있어 우리나라 예술형 주화 발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예술형 주화는 국부 창출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 마니아도 있고, 신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형 주화의 발행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발행을 위해 발행권자인 한은과 승인권자인 기재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내년 발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단계에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화폐 요판화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화폐기술로 우리 문화유산을 재현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국민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가장 큰 대형 판화의 경우 완판됐다. 희소성과 차별성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공사의 기술을 확장해 문화기업으로 변환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1년이 지났다. 남은 2년의 목표가 있다면.

“어려운 시기 취임해 조폐공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1년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공사를 ICT기업·문화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만큼, 디지털기반사업 확장 기틀을 마련하겠다. 내년부터는 모바일운전면허증 확대와 모바일주민등록증 사업도 추진하게 된다. 1호 작품인 인왕제색도에 이어 2호 예술형 요판화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 1967년생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파리정치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땄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획재정부에 입부해 경제구조개혁국장, 장기전략국장을 지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기획력이 탁월하고, 업무추진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13일 조폐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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