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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쌓기’처럼 만드는 화폐… “5만원권 1장 완성되기까지 45일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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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지폐 인쇄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지폐 인쇄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집’. 각각의 전문가들이 모여 은행이나 카지노 등 현금이 많은 곳을 터는 일반적인 ‘케이퍼무비’와 다르게, 이 드라마는 화폐를 생산하는 조폐국을 겨냥한다.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도 기본 설정은 같다. 조폐국(실제로는 한국조폐공사)을 장기 점거해 수조원을 찍어낸 뒤, 그 돈을 들고 도망을 가는 게 시놉시스의 핵심이다.

‘드라마와 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라는 호기심을 안고 지난 11일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를 찾았다.

정문에선 보안 검사가 진행됐다. 휴대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부착하고, 차량 트렁크도 확인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화폐본부는 ‘가급’ 국가 중요 보안시설”이라며 “사진 촬영은 물론, 장소 이동도 통제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폐를 만드는 인쇄동으로 향했다. 인쇄동 앞엔 오늘 공정을 같이 둘러볼 유튜버 ‘미국아재’(마이클 패레스)도 와 있었다. 주한미군 출신인 미국아재는 가족들과 함께 야산에서 금속탐지기로 오래된 동전을 찾는 등, 화폐 관련 콘텐츠를 많이 올리는 유튜버다. 조폐공사는 지난달 미국아재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인쇄동 입구에서 보안 직원이 기자와 미국아재에게 준수 사항을 설명했다. “사진 촬영은 정해진 기기로만 가능합니다. 장비의 세부 내역이 공개되면 안 되니, 사진은 근접샷 위주로 촬영하세요. 촬영 사진은 퇴청 전에 직원 입회 하에 확인을 하고, 보안 규정을 어긴 사진은 삭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인쇄할 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인쇄할 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인쇄동에 들어가자 마자 ‘위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복사기 100대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귀는 시끄러웠지만 온도와 습도는 쾌적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지폐의 품질 관리를 위해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관리한다”며 “온도는 23도, 습도는 55%를 기준으로 한다. 여름과 겨울 모두 이 기준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 지폐 한 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인쇄와 포장까지 총 9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인쇄용지가 지폐 한장으로 나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5일. 인쇄 공정을 하나씩 마칠 때마다 잉크가 잘 마르도록 5일 가량 자연건조를 하다보니 제작 기간이 늘어난다고 조폐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이의집의 내용 중 틀린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큰 게 이것”이라며 “모든 공정을 바로바로 마치면서 지폐를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폐 인쇄 및 포장 공정. /한국조폐공사 제공
화폐 인쇄 및 포장 공정. /한국조폐공사 제공

지폐를 만드는 첫 공정은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다. 지폐 용지는 일반 종이가 아닌 ‘목화 섬유’이다. 면으로 만든 종이라는 얘기다. 실수로 돈이 들어간 옷을 세탁기에 돌려도 돈이 찢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폐 용지는 조폐공사 부여공장에서 생산한다. 생산된 용지의 규격은 가로 671㎜, 세로 519㎜. 큰 전지 한장으로 5만원권 지폐 28장을 만들 수 있다.

인쇄용지가 경산공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평판 인쇄’를 한다. 5만원권 화폐의 노란색 배경을 인쇄하는 과정이다. 신사임당이 들어갈 자리는 하얗게 남아있다.

이어 뒷면에 색변환잉크로 ‘50000′을 표기하는 ‘스크린 인쇄’ 공정이 진행된다. 다음에는 오만원권 전면 좌측에 들어가는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이어 오목판화 기법(요판)으로 화폐의 세밀한 그림을 표현하는 ‘요판 인쇄’가 진행된다. 신사임당의 얼굴과 뒷면의 ‘풍죽도’를 새기는 작업이다. 요판으로 인쇄를 하기 때문에 종이에는 볼록하게 그림이 들어간다.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생산된 지폐 전지의 품질을 확인하는 전지검사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생산된 지폐 전지의 품질을 확인하는 전지검사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요판 인쇄를 마친 지폐는 ‘전지검사’를 받는다. 지폐 28장의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다. 제작된 전지가 검사 장비를 지나가면, 인공지능(AI)이 이상 유무를 1차 판별하고, 전문가가 2차(육안)로 직접 확인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순완지’(전체가 괜찮은 전지), ‘잡완지’(완지와 손지가 혼재한 전지), ‘손지’(사용하기 어려운 전지)로 분류한다. 손지는 폐기 처리하고, 순완지와 잡완지는 마지막 인쇄 공정인 ‘활판 인쇄’를 하게 된다. 활판인쇄는 지폐 일련번호라고 불리는 기호와 번호를 매기는 과정이다.

완성된 전지는 포장실로 이동한다. 포장실에서는 전지 커팅과 포장이 진행된다. 전지를 백장 단위로 가져가 세로로 자르고, 가로로 잘라 100장 묶음을 만든 뒤, 이를 10개 단위로 묶은 큰묶음(1000장)을 만든다. 이를 또 10개씩 모아 지폐 만장이 들어간 ‘10큰묶음’으로 포장을 한다.

전지 검사에서 잡완지로 분류된 제품은 ‘낱장 검사’를 따로 받는다. 대형 낱장검사기’가 한장한장 확인을 해 품질이 떨어지는 지폐는 걸러낸다.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공사 직원이 지폐 커팅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11월 11일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공사 직원이 지폐 커팅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생산 과정은 철저히 관리된다. 인쇄가 되지 않은 종이도 한장한장 매수를 확인한다. 만약 한장이라도 빌 경우, 찾을 때까지 공정은 멈추게 된다고 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손지’는 물론, 인쇄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샘플처럼 사용하는 ‘조육지’도 관리 대상이다. 이러한 폐기 대상은 한 곳에 모았다가 한국은행 직원이 입회하는 가운데 정식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취재 때도 지폐 밀반출이 발생할까 보안요원이 계속 붙었다.

조폐공사가 생산하는 5만원권은 세계의 화폐 중에서도 위변조 방지 기술이 가장 뛰어난 화폐로 알려져 있다. 특수잉크와 홀로그램, 특수 인쇄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폐를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공사 직원들은 세계 최고 품질의 화폐를 만든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기술력은 지폐뿐만 아니라 상품권과 여권을 넘어 모바일신분증으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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