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휘자 성진(송승헌 분)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이 어느 날 영상 편지만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성진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 분)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 오는 밤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 성진과 미주는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그리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두 사람의 숨겨진 민낯을 지켜본다.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음란서생’ (2006),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 등을 통해 파격적인 시도와 탄탄한 연출을 보여준 김대우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으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김대우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히든페이스’는 밀실에 갇힌 채 약혼자의 외도를 목격한다는 원작의 설정에 인물들의 구체적인 서사와 보다 흥미로운 관계성,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요소를 더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특히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두 여자(수연과 미주)의 관계성에 서사를 추가해 이 영화만의 독특한 색깔을 완성하며 흥미를 자극하고 욕망의 민낯과 더 가까이 마주하게 한다. 세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 말하지 못하는 비밀과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 숨겨둔 결핍 등을 입체적이고 밀도 있게 파고들어 설득력을 부여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김대우 감독의 작품답게 수위 높은 정사신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단순히 자극적인 재미를 위해 소모되지 않는 점도 영화의 강점이다. 감각적이고 절제된 연출로 억눌렸던 감정이 부딪히는 과정을 보여주며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밀실과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와 고혹적이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도 영화가 그리는 욕망과 감정의 서스펜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음악과 피아노, 첼로 등 클래식에 기반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인 관계를 표현할 뿐 아니라 영화가 지닌 클래식한 매력을 배가한다.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 성진으로 분한 송승헌은 겉으로 보기엔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지만 이면에는 욕망과 결핍, 수연을 향한 자격지심을 품고 있는 인물을 폭넓은 감정 연기로 표현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함부로 빈자리를 낚아챈 미주 역을 맡은 박지현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자신의 몫을 다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조여정이다. 벗겨진 진실을 목격하는 수연을 연기한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의 면모부터 밀실에 갇혀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변화하는 모습까지, 인물의 내적, 외적인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내 몰입을 높인다. 김대우 감독의 믿음에 또 한 번 화답한다. 수연이 엄마를 연기한 박지영도 호연을 펼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김대우 감독은 “사람은 저마다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소유하려는 일종의 욕구들 간 충돌이 발생하는데 비밀과 비밀이 부딪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히든페이스’를 통해 영혼이나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15분,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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