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액이 연간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보험사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처벌이 보험사기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보험연구원 백영화 선임연구위원과 손민숙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보험사기죄 처리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연도별 보험사기 발생 건수는 ▲2016년 32건 ▲2017년 1234건 ▲2018년 2588건 ▲2019년 3205건 ▲2020년 3523건 ▲2021년 3671건이었다.
연구진은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험사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일반인들이 보험사기에 대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가 아니라 경제적 강자인 보험사 돈을 조금 더 받아 가는 것으로 인식해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음주운전·절도·폭행 등 다른 범죄에 견줘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솜방망이 처벌도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일반 사기죄와 비교해 보험사기죄 처벌 수준이 낮은 현실을 짚었다.
2017~2021년 일반 사기죄와 보험사기죄 처분 결과를 비교하면 보험사기죄는 일반 사기죄에 비해 기소되는 비중은 높았으나 기소 건수 중 구약식 비중이 50%대로 높았다. 구약식은 검사가 정식 재판 대신 벌금형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약식 명령을 청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기죄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0년 기준 일반 사기죄의 불기소 건수 중 기소유예 비중은 11.8%였으나 보험사기죄는 52.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듬해에도 일반 사기죄의 기소유예 처분 비중이 52.4%에 머문 반면, 보험사기죄는 86.4%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2018~2021년 1심 형사 재판에서 처리한 벌금형과 벌금형의 집행유예 선고 비중도 보험사기죄가 30~40%대로, 10% 전후 수준을 보인 일반 사기죄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연구진은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사기 정부합동대책반이나 보험조사협의회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공유·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백영화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보험사기 처벌 현황을 보면 일반 사기죄보다도 관대하게 처벌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업무나 직업적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자에게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면허를 취소하는 등 행정 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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