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에 ‘의대 증원 책임자 문책’을 의정 대화 복원의 기본적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의대 증원정책으로 촉발된 지역병원 경영난, 의대 교육난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책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동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도 일단 선을 그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 인선과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비대위원은 총 15명으로 구성됐는데, 여기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대전협 비대위 소속 3명과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소속 3명이 포함됐다. 단, 박단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5명은 익명 참여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전협과 의대협은 지난 10일 탄핵으로 물러난 임현택 회장이 이끌던 의협 지도부와는 거리를 뒀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견문에서 의정 대화 복원과 관련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가 악화된 과정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 대한의사협회와 19차례나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윤 대통령께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행정명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관계자”를 지목하며 “합당한 책임을 물어주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이 요구한 3가지 신뢰 회복 조치를 통해 “윤 대통령께서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시기를 간곡히 청한다”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는 ‘3가지 신뢰 회복 조치가 의정 대화 선결조건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조치를 말한 것”이라며 지역 병원 경영위기, 의대 교육난 등 의료정책 관련 “‘시한폭탄’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비대위가 구성되면 비대위원과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여야의정협의체 진행 상황을 볼 때 저런 형태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 회의적이다. 아마 다른 비대위원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인사,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 등 여당 인사,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지만,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별다른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이 협의체에는 전공의와 야당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의협 비대위도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것 역시 비대위원들이 모여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의료계가 섣불리 (의대 증원에) 합의하면 누가 책임지겠나. 이 정권이 10년 이상 가는 것이 아니다. 2, 3년 지나면 대통령도, 장차관도 물러난다. 그러면 현장에 남은 의대생과 교수만 고통을 겪는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정부 정책에 찬성할 수는 없다”고 했다.
비대위 활동 시한에 대해서는 “내년 2월 초쯤에 차기 의협 회장 선거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존속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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