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한 골프 의혹을 단독 보도한 언론사 기자가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취재하던 중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시비에스(CBS) 지부가 15일 낸 성명을 보면, 시비에스 취재기자는 윤 대통령이 군 소유인 태릉골프장에서 자주 라운딩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잠복 취재를 하던 중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 사실을 알아챘다.
이에 취재기자는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7~8명의 남성들이 신분과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촬영을 제지했고 휴대전화도 강제로 빼앗았다.
이후 취재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항의했지만, 경호처 직원들은 골프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출처까지 캐물었다고 시비에스 지부는 밝혔다. 태릉골프장 앞은 일반인에게 공개된 장소로, 당시에도 단풍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했다고 한다.
취재기자는 이후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시비에스 지부는 “전무후무한 ‘와이프 정권’, ‘V0 정권’ 윤석열 정권에서 기막힐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지만, 정상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기자에게 사죄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며 경찰 수사도 당연히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10일 대통령실은 ‘골프광’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정상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시비에스 노컷뉴스의 취재가 확인되자 보도가 나오기 전 선제적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시비에스 노컷뉴스는 9일뿐 아니라 지난 2일, 지난달 12일에도 윤 대통령이 태릉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고 단독 보도했다. 2일은 미국 대선보다도 3일이나 앞선 시점이라, 트럼프 당선에 대비했다는 것은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2일 역시 북한이 오물 풍선 도발에 나서 현역 군인들의 골프 일정이 취소됐던 날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거짓 해명과 추태 등 골프 논란에 대한 국민의 물음에는 ‘입꾹닫’하고 언론의 표현의 자유는 ‘입틀막’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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