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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취재를 마치며…“‘기후재앙’ 시계 늦출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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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19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공동취재팀이 기후환경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 말라가’((Fridays For Future Malaga)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8월19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공동취재팀이 기후환경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 말라가’((Fridays For Future Malaga)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팀

인천일보·중부일보·태안신문·낭주신문·당진시대 등 5개 언론사 6명 기자들로 구성된 공동취재팀은 지난 5월부터 ‘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취재에 돌입했다. 6개월여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곳곳을 직접 방문해 취재를 진행했다.

그동안 작성된 14편 기사에는 기후위기 여파로 인한 일상 변화부터 국내 농·어업 현실, 기후 불평등 문제, 스페인 시민단체의 환경운동 활동, 프랑스 탈(脫)석탄 정책에 따른 일자리 전환, 독일 에너지 자립마을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취재팀은 기후위기 문제를 공부하고 경험하며 현장감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총 15편 기획기사 중 마지막 편은 직접 취재한 기자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 지난 8월28일 독일 보봉마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안드레아스 발터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8월28일 독일 보봉마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안드레아스 발터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팀

◇“시민뿐 아니라 각계각층서 큰 목소리 내야”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우리 일상에 ‘기후재앙’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장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마다 생산지가 하나둘씩 바뀌고 있다. 생산량마저 나날이 줄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오징어는 어느새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했다. 우리 식탁에 오르기에는 이미 귀하신 몸이 됐다. 사과는 기온 상승에 따라 ‘금(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농부와 어부들은 생산량 급감으로 수십 년간 일궈온 터전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힘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점은 혼자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독일 보봉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마을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보봉마을로 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환경 운동이 확대하고 있다. 점점 기후위기를 ‘삶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민들의 움직임은 국가와 전국 지자체들이 ‘탄소중립’을 외치게 하는 원동력이 돼줄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들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더 큰 의지와 목소리가 필요하다.

◇“전 세계가 ‘한여름 크리스마스’ 막아야” 

▶중부일보 김유진 기자

올여름 수원 한 쪽방촌을 찾았다. 한낮 체감온도는 38도.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극한 더위를 실감했다. 쪽방촌에서 만났던 어르신은 선풍기 한 대로 겨우 더위를 버텨냈다. 문득 깨달았다. 기후위기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기후 불평등은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 있었다. 11월이 막 시작되던 지난 2일, 최고기온이 25.1도를 기록했다. 이제 막 겨울 준비에 나서야 할 11월에 25도를 넘어선 것은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4번째였다. 같은 시기 TV에선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테마 장식을 공개하는 뉴스가 나왔다. 날씨에 맞지 않는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조만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펼쳐지지 않을까 심란해진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다. 어느 한 세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함께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 무임승차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 지난 9월2일 독일 펠트하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보리스 필립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9월2일 독일 펠트하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보리스 필립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공동취재팀

◇“기후위기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중부일보 노경민 기자

“지금은 부정적 이미지인 ‘검은 연기’는 과거 부모님 세대의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하늘은 어두운 게 옳았던 시대였죠. 과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들을 상대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에 들었던 기후위기 주제의 강의를 진행한 한 환경대학원 교수가 한 말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뉴스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교수의 말을 듣고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세대 간 시각에 극심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취재가 시작될 때 ‘세대 간 시각차를 극복할 수 있는 기사를 쓰자’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와 독일 주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특정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와 정부의 지원까지 뒷받침됐다. 그중 독일 펠트하임은 ‘100%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환경을 우선시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국가의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핵심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모든 세대의 경각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더욱 각별해지는 시기다.

▲ 지난 8월28일 독일 보봉마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안드레아스 발터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8월28일 독일 보봉마을에서 공동취재팀이 마을 가이드 안드레아스 발터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공동취재팀

◇“스페인처럼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유럽 청년과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취재였다. 스페인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말라가(Fridays for Future Malaga)’를 통해 기후위기와 맞서 싸우는 청년들의 강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주민들과 손잡고 지역 환경 보호에 필요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들의 꾸준한 노력은 지역 정부로 하여금 더 강력한 환경 정책을 도입하게 했다. 청년들과 지역 사회가 연대해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했다. 취재를 통해 살펴본 말라가처럼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청년들이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이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지난 8월26일 프랑스 생타볼에서 공동취재팀이 지역사회협의회 ‘생타볼 시너지(Saint-Avold Synergie)’(CASAS)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8월26일 프랑스 생타볼에서 공동취재팀이 지역사회협의회 ‘생타볼 시너지(Saint-Avold Synergie)’(CASAS)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더 이상 손놓지 않길”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충남 태안군의 지역지로서 이번 취재에 가장 공들인 내용은 프랑스 석탄화력발전소였다. 내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가 단계적 폐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룬 프랑스 생타볼, 가르단을 취재하면서 한국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발전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배우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산업 마련이 전무한 점 등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태안군을 비롯해 화력발전소를 보유한 지역마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말이다. 인구 감소를 시작으로 지역경제 위축 등 여파가 곧 다가오기 직전이다. 프랑스는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인구도 감소하지 않고,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국가 주도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낸 프랑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 때다.

▲ 지난 8월26일 프랑스 생타볼(Saind-Avold)에서 지역사회협의회 ‘생타볼 시너지(Saint-Avold Synergie)’(CASAS)의 살바토르 코스카렐라 회장이 공동취재팀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팀
▲ 지난 8월26일 프랑스 생타볼(Saind-Avold)에서 지역사회협의회 ‘생타볼 시너지(Saint-Avold Synergie)’(CASAS)의 살바토르 코스카렐라 회장이 공동취재팀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팀

◇“기후위기는 누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가 아닐까.’ 취재에 나서기 전에 들었던 이러한 생각은 국내·외 기후위기를 취재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과 무력감까지 느꼈다.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한 단계 강도를 높여 우리를 역습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과학적 경고와 증거가 나왔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작지만 강력한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다. 우리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한 놀이처럼, 하나의 밈처럼 가볍게 실천한다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구에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해결해 주지 않을까’라는 무책임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일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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