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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특검”… 빗속에서 둘로 갈라진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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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특검”… 빗속에서 둘로 갈라진 광화문
“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특검”… 빗속에서 둘로 갈라진 광화문
16일 오후 5시 30분께 민주당 등 야5당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채민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이 선고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서울의 도심 광화문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진보단체로 양분됐다.

16일 오후 4시 30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5당 연합과 촛불집회 등 시민단체들은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하고 전날 이뤄진 이 대표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비판하는 내용의 ‘제3차 국민행동의 날’(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에는 5~10㎜의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진보단체 회원들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우비를 입고 광화문 앞 도로에 집결했다. 시민들은 손에 LED 촛불과 ‘윤건희를 몰아내자’, ‘윤석열을 거부한다’, ‘김건희를 특검하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내 4개 차선과 도보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인원은 민주당 2만 명, 조국혁신당 2000명, 진보당 1000명, 촛불행동 3000명 등 총 2만 6000명이다.

전날 이 대표의 선고 직후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를 향해 “곱게 늙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집회 사회를 맡았다. 집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서영교 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장 등 야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후 4시 54분께 이 대표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연신 ‘이재명’을 연호했고,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만을 위해 쓰여야 하지만, 이 나라의 주인이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황제 골프로 쓴 돈도 우리가 일찍 만원 버스를 타고 나가 피땀 흘려 번 돈”이라며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주자.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 대표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집회 참석자들은 차량 경적을 울리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이 대표의 유죄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같은 당 의원들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고, 검찰 독재 정권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사과를 하고도 뻔뻔하게 골프를 치러 나갔고, 육성 공개에도 공천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잡아 뗀다”며 날을 세웠다. 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돼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81번이나 하고도 3억7500만 원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인 60억 원을 벌금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전에서 왔다는 40대 김 모 씨는 “어제 이 대표의 선고를 보고 어이가 없어 서울까지 나오게 됐다”라며 “정작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국정농단 행각을 벌인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인데, 이 대표가 유죄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시민들은 집회중간중간 “이재명은 무죄다”, “윤건희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특검”… 빗속에서 둘로 갈라진 광화문
“이재명 구속” vs “김건희 특검”… 빗속에서 둘로 갈라진 광화문
16일 오후 진보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들고 있는 피켓(위)과 보수단체 집회 참석자가 들고 있던 피켓. 채민석 가지

반대쪽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있었다. 이날 자유통일당과 전국안보시민단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오후 3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보 진영의 집회의 맞불 집회 격인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신고 인원은 1만5000명이었다.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진보진영의 집회와는 달리 보수단체의 집회는 격양된 분위기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재명을 감빵(감옥)으로”, “대법원장 만세”, “대통령을 지키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흔들었다.

전국안보시민단체연합 관계자는 군중을 향해 “희대의 범죄자 이재명의 재판 지연으로 발생한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라며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여전히 우려스럽다. 민주당의 탄핵 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80대 장 모 씨는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속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민주당은 영부인을 모함하고 선동한 죄로 해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경찰은 서울시내 일대에 150명의 교통경찰을 배치해 집회로 인한 혼잡에 대비했다.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경찰 105명이 부상을 입는 등 무력 충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이날도 충력 우려가 있었지만 일부 집회 참석자들끼리 고성을 주고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보수 집회와 진보 집회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는 등 동선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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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4시께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채민석 기자

한편, 지난 15일 오후 3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 당시 이 대표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선고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대표는 “도저히 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항소를 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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