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가 현재 10차로인 송파대로의 일부 구간을 8차로로 줄이려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각종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차로를 줄이는 대신 보도를 늘려 ‘송파 명품 애비뉴’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 사업은 서 구청장의 공약 사항이다. 반면 지역구 국회의원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걱정마세요. 송파대로 차선은 축소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같은 당 소속인 지역구 의원과 구청장이 지역 현안을 놓고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송파대로 1.5㎞ 구간 2차로 줄여 ‘명품 애비뉴’ 추진
송파구가 차로 축소를 추진하는 송파대로 구간은 석촌호수로에서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1.5㎞ 도로다. 현재 10차로인 도로를 8차로로 줄이면 보도가 7~8m 넓어지게 된다. 보도에 해외 유명 작가들의 조각상, 정원 등을 배치해 ‘송파 명품 애비뉴’를 만들겠다는 게 송파구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주민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현재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사업 계획대로 차로를 줄이고 보도를 늘려도 안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둔 것이다.
◇”차로 줄이면 교통혼잡 극심할 것” vs “시간 흐르면 교통 분산될 것”
송파 명품 애비뉴 사업에는 걸림돌이 있다. 우선 교통혼잡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로 축소 구간은 교통유발 부담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내는 롯데월드타워가 있어 대표적인 교통혼잡 구역으로 꼽힌다. 롯데월드,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캐슬 아파트 등도 주변에 있어 교통정체가 심한 곳이다.
조선비즈가 지난 11일 송파대로 인근에 사는 주민 16명을 만나 송파대로 차로 축소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모두 반대 의견을 보였다.
허선희(62)씨는 “송파구에 40년 넘게 살았는데 차선 줄이는 건 안 된다”라며 “지금도 금, 토, 일요일에는 석촌호수를 가려고 차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아 도로가 너무 막힌다”라고 했다.
송파대로 주변에서 육회집을 운영 중인 김경수(47)씨도 “석촌호수로에서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길이 얼마나 막히는데 차로를 줄이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말이 왕복 10차로지 버스 중앙차선 빼면 8차로인데, 여기서 2개 차로를 더 줄이면 교통 정체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대중교통 유인책 없이 차로만 줄이면 교통체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송파대로는 물론 주변 도로까지 정체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송파구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 10차로를 8차로로 줄이더라도 차량 한 대가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데 기존보다 10~15초 정도 더 걸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측은 2개 차로가 줄어들더라도 교통 정체는 테헤란로, 강남대로와 비교해 양호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2개 차로를 없애면 당연히 처음에는 차가 더 막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이 다른 도로로 분산되고 결국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며 “광화문 광장의 경우도 원래 있던 차로의 60~70%를 없애고 광장을 그만큼 늘렸는데, 지금 보면 교통 체증이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다”라고 했다.
또 이 교수는 “차보다 보행자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는 건 선진국들의 정책 패러다임이기도 하다”라며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혜택을 크게 볼 것”이라고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반대하고 서울시 예산 확보도 안돼
송파 명품 애비뉴 사업이 넘어야 할 고개는 더 있다. 이 사업에는 예산 17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송파구 예산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규모다. 서울시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타내지 못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에는 편성이 안 됐지만, 내후년도에는 예산을 받아낼 수 있도록 서울시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송파대로 축소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송파대로에는 배 의원 명의로 ‘걱정마세요. 송파대로 차선은 축소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배 의원이 서 구청장과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송파대로 축소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반대”라며 “지역구 의원과 구청장 의견이 서로 엇갈리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게 보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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