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철회됐다. 이에 따라 시장 혼란은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해당 이슈가 남긴 리스크는 일부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 계획 철회 결정과 별개로 이번 이슈와 관련된 불공정거래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이복현 원장 “유증 철회, 금감원 조사와 별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인 조사·검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서울시·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권 공동으로 개최한 투자설명회(IR)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가 금감원 조사·검사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원장은 “사건화가 되지 않은 전 단계에서는 검사를 할지 조사를 할지에 대해 재량이 있는데 사건화된 이후에는 각 단계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는 것들은 매우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나 검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유상증자 철회와는) 별개로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조사를 시사했다.
앞서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부정거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우선 모집주선 증권사를 상대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13일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한 지 2주만의 내려진 결정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유상증계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 지 일주일 여만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질 수 있는 유상증자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유통물량을 증대시키고 집중된 소유구조를 분산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지적과 함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커졌다.
현재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은 각각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지분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역전카드로 ‘유상증자’를 꺼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은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다. 주가는 크게 출렁였으며, 당국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차입금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란 계획까지 세웠다면 부정거래에 해당된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6일엔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도 요구했다.
◇ 최윤범 회장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 강조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직후, 고려아연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윤범 회장은 이날 직접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사과했다. 최 회장은 “시장 반응과 사정변경은 당초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회사와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며 “이로 인해 초래된 시장 혼란과 주주분들의 우려에 대해서 회사는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매수가 끝난 직후 주식 유통물량이 급속도로 줄어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이 이어진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통물량 부족과 비정상적인 주가기반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이 같은 시장 혼란이 이어질지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상증자를 결정 할 때) 가능하면 시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경청한 후 그 규모와 방법을 생각하는 게 맞지만 상황 자체가 굉장히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절차들을 사전에 하지 진행되지 못한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앞으로는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겠다”며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및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그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주친화정책으로 △IR 전담 사외이사 △소수주주다수결(MOM) 제도 도입 △분기배당 추진 계획도 전했다.
유상증자 계획 철회로 시장 내 혼란은 어느 정도 수습된 분위기다. 다만 주주 신뢰 회복과 이번 이슈로 파생된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당국이 지속적인 조사를 예고한 만큼 향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여전한 치열한 다툼 중이다. 다양한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지난 14일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들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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