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만 해도 ‘10만전자’를 노리던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예상 밖의 급격한 추락 속도에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가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그래도 삼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반등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4만전자’ 추락… HBM 기술 경쟁력 의구심 작용했나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900원 이후 4년 5개월만이다. 가파른 주가 하락에 삼성전자 시가총액도 300조원대가 붕괴, 298조원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대해선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부진, 그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 약화가 뼈아프게 작용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든 적층형 메모리 반도체다. 일반 D램보다 훨씬 빠른 속도, 우수한 전력 소비 효율 때문에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재 HBM 시장을 장악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나타났다. 특히 고성능 신제품인 ‘HBM3’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또한 12단 HBM3E 제품의 양산도 앞두고 있어 기술력에서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이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난 7월 11일 이후 42% 급락했다”며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HBM 기술 격차와 중국으로부터 추격당하고 있는 범용 D램 제품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 증권가 “과도한 투자 심리 불안 작용”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다. 오히려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평가에 투자자들의 매수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주가는 14일 4만9,900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음날인 15일 5만3,800원으로 5만대를 회복했다. 전날 대비 8%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15일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일간 거래량 5,000만주를 돌파했고 전일에도 4,847만주 기록해 높은 수준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량 증가는 시장의 이견이 크다는 의미로 외국인 매도에 맞선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나타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급격한 하락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으로 인한 과도한 하락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의 매출화 시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8만4,000원으로 하향조정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 주가가 월초 대비 14% 이상 하락한 것은 신규 진입자에 대한 우려와 수요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과격하게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며 “66%의 주가 상승여력이 추산되고 역사적 밴드 저점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과거 성장성 및 수익성과 비교해도 과도한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초 가장 중요한 ‘분기점’… 기술, 조직의 ‘체질 개선’ 필수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 있어 증권가에서도 아직까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에게 있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의견은 공통적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반도체 체질 개선’이다.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의 면모는 유지하되, HBM에서도 그 위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D램의 코어 경쟁력 회복”이라며 “삼성전자는 1a, 1b, 1cnm 제품의 첫 개발을 경쟁사에게 빼았겼고 이로 인해 응용 제품인 HBM3E 양산도 크게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제품인 HBM4와 이에 적용될 1cnm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뤄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다행히 문제점들은 하나둘씩 해결되기 시작했고 HBM4가 적용될 엔비디아(NVIDIA)의 루빈(Rubin)은 출시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삼성전자에게는 기술 격차 축소를 위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반도체·AI 인력 유출, 조직간 유대감 저하 등 삼성전자 내부 문제 안정화도 필수다. 일단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 문제가 합의점을 찾은 것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023년·2024년 임금협약의 잠정합의안을 14일 도출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2023년과 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새로 진행한 것이다. 2024년 1월 16일 이후로 약 10개월 만에 합의안이 나왔다. 삼성전자 노사는 조합원이 조합 총회(교육)에 참여하는 시간의 유급 보장,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전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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