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0월 반년간 ‘내수 회복 조짐’이라던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이달 사라졌다.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진단도 더해졌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5월부터 이어오던 ‘내수 회복 조짐’이란 문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수 지표 중 설비투자 증가 외에는 소매판매, 건설투자 감소, 서비스업 생산 감소 등 이렇다 할 긍정적인 성적이 관찰되지 않은 데 따라 정부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지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보다 1.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건설업 생산도 각각 전월보다 감소했다. 소매 판매 또한 전월보다 0.4%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0.1% 줄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몇 달과 비교해 내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내수 상황도 이런 영향을 일부 받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째 들어간 ‘경기 회복 흐름’이라는 표현이 ‘완만한 경기회복세’로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는데 여기에 발맞춘 ‘톤 조절’로 분석된다. 김 과장은 “3분기 GDP가 반등했지만,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경기 동행지수는 전월 대비 하락, 선행지수는 보합이었다. 호조세를 보이던 고용에서도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4개월 만에 10만명 밑으로 하락(8만3000명)하는 등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실업률 역시 작년 동월보다 0.2%포인트(p) 증가한 2.3%였다.
‘수출 중심의 회복’이란 문구도 이번 그린북에선 사라졌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575억2000만달러였다. 다만 이는 10월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1일 증가한 영향도 있다. 일평균 수출은 26억1000만달러로 작년보다 0.2% 감소했다. 수입은 작년보다 1.7% 증가한 543억5000만달러였다. 수출입 차는 3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9월(66억6000만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축소됐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번에 ‘불확실성’에 대한 진단을 강조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 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미국 신정부에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이) 결정되는 거기 때문에, 아직 불확실성의 크기나 영향 정도에 대해서는 확정할 수 없다”며 “다만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도 있지만 기회 요인도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금융·통상 산업 등 3대 분야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건설투자·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겠다”며 “우리 경제 지속 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 경제 로드맵 추진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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