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북한 대남방송으로 고통받는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30여가구에 방음창과 방음벽 설치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에선 대북확성기 방송 일시 중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그칠 줄 모르는 접경지역 소음에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오전 11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고려천도공원. 3㎞ 폭의 물길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 보고 있다. 철책선 너머에 자리 잡은 6단 3열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소음으로 당산리 주민들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북한 대남방송이 재개되고 연일 정치권에서 강화도를 찾았지만, 마땅한 해결책 없이 의견 청취만 이뤄지는 탓에 주민들 피로감은 누적되고 있었다.
당산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안효철(67)씨는 “소음 때문에 이토록 힘든 적은 없었다.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한두 달만이라도 대북방송을 멈춰 대남방송을 줄이는 건데, 국방부 간담회 때마다 요구했지만 안 된다는 대답뿐이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강화군 접경지역엔 법적, 제도적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극심한 소음에도 소음측정 실시, 정신건강 지원, 위험구역 설정 등 소극적 대책만 세워지고 주민 체감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주민들이 원하는 방음창, 방음벽 교체 등은 주민 직접 수혜 예산 사용에 대한 근거가 없어 실행되지 못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주민들은 인천시에 철책 주변 상도촌 30여가구만이라도 먼저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산리 새마을 지도자 이만호(63)씨는 “철책 가까이 있는 30여가구는 밤낮으로 소음이 심해 주민 피해가 크다”며 “시나 정부가 나서 대책이 시급한 가구들에 최소 1000만원씩 지급해 방음창과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송해면 당산리를 찾은 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시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제시한 가구들에 우선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안위 관계자는 “15일 열릴 시민안전본부 행정감사에서 지원 가구와 예산 규모를 질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일단 유정복 시장에게 건의를 할 계획이고 15일 유 시장이 접경지역 현장에 방문한 후 30여가구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지원이 필요하지만 혈세가 들어가는 문제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해 당장 우선 지원 여부를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정안전부가 인천시와 강화군에 예비비를 대남방송 소음피해 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면서, 피해 지원은 예비비를 통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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