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극단 기상’으로 여겨진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일상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는 앞으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게 기후위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다솔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김윤정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부연구위원,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등 전문가들은 공동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우선 이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정 부연구위원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보면 국내 폭염 현상은 앞으로 극심하다는 게 명확하게 나타난다”며 “지금은 폭염 일수가 15~20일 정도라면 2100년쯤에는 60일 이상으로 증가, 폭염 강도도 더 세져서 지금 37~38도 수준이라면 나중엔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다솔 교수는 “이상기후로 인해 폭염·가뭄·폭우·폭설 등 재해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인류는 산업화 이후 단 한 번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본 적이 없다. 그 결과 지구 온도는 계속 증가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 변화하는 기후에 잘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언 에너지기후국장은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봤다. 지구 가열화 추세도 빨라지고 있다”며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극단 기상으로 여겨진 현상이 일상화했는데 ‘뉴노멀’에 적응,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늘어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는 게 우선”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고 지구 온도를 낮추는 건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합심해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홍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기후위기 삶·생존 문제 …기후 취약층 지원 필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비혼·비출산·기후 우울증 등 문제가 발생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 정책과 행동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원 사무국장은 “기후 변화가 사회·경제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침에 따라 재정적 안전성에 대한 걱정과 함께 유해 세상에 자녀를 낳는 데 확신이 없어 이런 고민이 생기는 것”이라며 “결단력 있는 대응 행동을 직접 성취함으로써 불안과 우울을 이겨내고 결혼과 출산을 자연스럽게 재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 설계가 우선 돼야 한다”고 했다.
이지언 에너지기후국장은 “기후위기를 자신의 삶과 생존의 문제로 밀접히 연결해 생각하는 태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문제는 이런 감정과 태도를 충분히 나누고 대화할 관계망이나 커뮤니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관과 무력감을 넘어 기후위기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 불평등’ 문제에 대해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성현 정책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단연 에너지 비용 급증”이라며 “가뭄으로 인한 단수, 전력 사용 급증으로 단전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농어업 생산량 감축으로 물가가 폭등해 결국 서민 경제 상황만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윤정 부연구위원은 “기후 변화가 심할수록 재해에 취약한 사람들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 입는 피해는 커진다”며 “지역 내 도시·복지·환경계획 등 기존의 여러 정책에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요소를 덧입히는 것도 기후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기후 불평등으로 사정이 더 어려운 지역들의 경우 복지 차원에서 폭염 쉼터를 설치하거나 폭염에 적응할 수 있는 쪽방촌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직접 피해를 겪는 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지역사회·주민 모여 에너지 자립 방식 구상해야”
전문가들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 방식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최지원 사무국장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은 기후 변화와 급변하는 전력 시스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라며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나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활용해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주민 참여를 통한 에너지 자립도 주요 방안 중 하나”라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특히 전력·에너지 부문에서의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언 에너지기후국장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거시적 인식을 바탕으로 내가 사는 지역과 공동체에서 함께 할 일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공동체 조직화가 바탕 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의 기후위기의 위험 요인을 파악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정 부연구위원은 “각 나라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지키는 것, 또 기후 변화 적응 차원에선 자국의 가장 큰 기후 변화 위험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국 기후 변화 위험 원인에 집중해 국가 간 협력이나 역량 기술 공유 등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언 에너지기후국장은 “국제적 노력을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하면서 실제 오존층이 회복됐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화석연료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구속력 있는 국제적 약속과 기준을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황성현 정책국장은 “전 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할 것을 약속하고, 공동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재난은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나라, 내가 언제든 어디서든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세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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