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후 뉴욕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인 반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14일엔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지만 당분간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코스피지수, 닷새만에 반등… 코스닥 하락 마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포인트(0.07%) 오른 2,418.86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까지 나흘째 지속된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사가총액은 2,0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14일에도 종가기준으로 2,000조원대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장 대비 8.09포인트(1.17%) 내린 681.5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이날 상승 출발한 뒤 오전 내내 반등세를 보였으나 오후 2시 이후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은 11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12일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500대선을 내줬고 코스닥은 13일, 2개월 만에 700선이 깨졌다. 뉴욕 증시가 트럼프 정부 재출범 이슈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뉴욕증시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 흐름을 보였다.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집중된 영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관세 정책을 내세운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물품에 기본관세 10~20%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자국 기업엔 법인세를 대폭 낮춰 미국 내 경제활동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 트럼프 재집권에 수출 부진 우려… 반도체·자동차 대형주 투심 위축
이 같은 정책은 수출국가엔 국내 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려와 함께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까지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3일 리포트를 통해 “이번 주 한국 증시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무역 및 한국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시현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 자동차 업종 내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락세를 시현한 점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트럼프 재집권 소식 이후 TSMC가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디커플링 (decoupling, 탈동조화) 신호가 강화된 점도 추가적인 낙폭을 확대했다”며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11월 중국 전인대에서 부동산 및 소비 부양 정책이 부재로 인한 실망감이 부각된 것도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AI, 암호화폐, 원전 분야에서 규제 완화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테마 및 종목들을 위주로 반등세가 시현된 점은 증시의 낙폭을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정부의 ‘기업 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며, 7월엔 2,800대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국제 정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내림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최근엔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당분간 혼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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