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와 브라질 등 중남미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출국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중남미까지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실질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의의를 둔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 APEC서 기업인 만나고 페루와 ‘광물 협력’ 논의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를 통해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저녁 페루 리마에 도착해 15일부터 APEC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후 17일 오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발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틈틈이 양자회담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이후 1년 3개월 만에 한미일 정상회의도 APEC 순방 기간 중 진행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분야 실질 협력도 적극적으로 챙길 예정이다. APEC은 전 세계 GDP의 약 61%, 교역량의 4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 협력체로서 역내 도전을 극복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들과의 공조가 강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경제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도 이번 계기를 긍정적 기회로 판단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우선 15일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한다. APEC 논의에 기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식 민간 자문기구인 ABAC은 1996년부터 APEC 정상과 ‘ABAC과의 대화’를 매년 개최해 왔다. 총 21개국 정상과 60여명의 위원들이 참여해 기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정책 권고서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토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APEC 회원국 정상과 경제계 리더들이 연설자로 참여하는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내년도 APEC 의장국으로서 경주에서 열리는 ‘CEO 서밋’에 아태지역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직접 당부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APEC 정상회의 후 페루를 공식 방문하게 되는 윤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페루는 남미 국가 중 칠레에 이어 우리와 두 번째로 FTA를 체결한 국가”라며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상호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페루는 생산량 기준 구리 세계 2위, 아연 세계 2위, 몰리브덴 세계 3위의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핵심 광물 분야는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 수석은 “(페루는) 광물자원 부국으로 우리와 상호 보완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양국 간 실질 협력을 가속하기 위해 정상회담 계기에 핵심 광물, 관광, ICT 등 분야를 중심으로 다수의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떠오르는 상황에서 중남미와의 경제 협력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도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경제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국영 통신사 에페(EFE)와 서면 인터뷰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면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중남미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취임 후 첫 중남미 방문은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중남미 지역으로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국은 중남미 국가와 FTA를 체결, 인프라 사업 참여를 통해 협력해 왔을 뿐 아니라 최근 재생에너지, 바이오,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넓히고 있다”며 “여러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 심화시켜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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