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을 두고 조중동이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의식이 답답하다는 칼럼과 사설을 내놓고 있다.
황현준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은 14일 「尹 고집인지, 참모 무능인지 의문만 남긴 기자회견」 칼럼에서 “‘기자회견의 목적이 해명인지, 사과인지, 어쨌든 임기 절반을 채우겠다는 건지 모르겠더라.’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사과도 드리고 감사도 드리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라며 이같이 평가했다”고 운을 뗐다.
뉴시스 기자가 지난 7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게 된 배경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제가 임기 지난 2년 반을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께 감사 말씀과 사과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황현준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은 “10%대 국정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며 “첫 스텝이 꼬이면서 사과 관련 질문은 기자회견 내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국민들이) 어리둥절할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선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딱 집어서 (얘기)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증거를 가져오라는 뜻처럼 들렸다”고 지적했다.
황현준 차장은 “두 시간 넘게 쏟아진 26개 질의응답 중 12가지가 김 여사 관련 질문이거나 사과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통령실은 당초 ‘무제한 질문’이나 ‘끝장 토론’을 예고했지만 질문은 26개에 그쳤다. 하지만 140분 넘게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이를 지켜본 국민들도 뒤끝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며 “명 씨가 주변에 했던, 국정 개입이 의심되는 대목들은 사실이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윤 대통령의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말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사이다 마신 느낌은커녕 고구마를 삼킨 것 같은 회견이었다”고 주장했다.
주변 참모들이 대통령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게 도왔어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처음부터 명확하게 김 여사 문제와 명 씨와의 통화 육성 녹음파일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면 어땠을까”라며 “윤 대통령은 담화문 사전 회독도 하고 예행연습도 거쳤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참모들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과와 해명을 하도록 바로잡았다면, 답답함은 덜했을 것이고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을지 모른다. 내용은 없고 형식적 사과에 그쳤다는 평가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주필 “김 여사 순진하다고 감싼 尹이 너무 순진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가 순진해서 또 조금이라도 누구한테 도움받으면 인연을 끊지 못한다고도 주장했다. 최훈 중앙일보 주필은 지난 11일 「남은 힘 아닌 새 힘·새 다짐으로 뛸 반환점이길」 칼럼에서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순진해서’라는 감싸기는 ‘윤 대통령이 너무 순진해서’란 반박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훈 주필은 “어려움 자초한 윤 대통령의 큰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태도, 그리고 인사”라며 “사람에게 충성 않느니 뭐니는 다 대통령 이전 얘기다. 널리 사람을 구해 품어 안고, 존중하며 아껴 쓰는 품성·자질이란 느끼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만인이 보고 있는 기자회견에서 정혜전 대변인에게 반말 지시를 한 점을 비판했다. 최훈 주필은 “널리 사람을 구해 품어 안고, 존중하며 아껴 쓰는 품성이란 느끼기가 힘들었다. 만인 주시 회견에서 48세 여성 대변인에게 ‘반말 지시’를 하던 그 찰나의 장면대로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책의 큰 잘못보다는 ‘김건희-이준석-김승희-박순애-이종섭-황상무-한동훈’ 등과의 사람 보는 눈, 감싸안는 도량 등 ‘사람과의 관계와 태도’가 검사 출신 대통령에겐 최대의 적”이라고 조언했다.
최훈 주필은 “인사는 노력이다. 탕평, 시대 흐름 반영할 새 인재군 찾는 어떤 정성도 없으니 ‘캠프, 충암고, 서울법대·특수부검사, 고시·관료’들만 득실대 왔다. 신선한 기억? 장미란 문체부 차관뿐”이라며 “국정 완주엔 세 가지가 필수다. 김 여사 문제는 더 이상 뒤가 없이 해소하라. 한 대표와의 당정 관계 이대로면 보수 정치는 좀비 신세다. 부디 인사 좀 정성껏 해달라. 부디 이게 ‘마지막 덕담’이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주필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시선, 대통령 생각보다 나빠”
조선일보 고문 “김건희 여사와 베갯머리 인사 협의는 국정 농단”
조선일보 주필은 윤 대통령이 진행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두고 지난 8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좀 더 많은 듯하다. 그래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뭔가 바뀌겠다고 마련한 담화이고 회견”이라면서도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변화에서 한 가지가 빠지면 다 소용없다. 그 한 가지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조언했다.
양상훈 주필은 지난 8일 「김 여사의 다음 호칭」 칼럼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조차 김 여사를 욕설로 호칭하는 것은 김 여사만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이런 자세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 여사가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잘하기 위한 일들을 해왔다면 오늘날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아무 일도 못하는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국민 앞에서 몇 번이고 사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쁘다”고 했다.
강천석 고문도 지난 9일 「‘검사의 사과’ ‘대통령의 사과’」 칼럼에서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가 육영수 여사처럼 ‘청와대 야당’ 노릇을 한다고 분개한 것이 아니다. ‘국민이 물가가 올라 어려워한다’ ‘의료 분쟁이 오래 끄니 민심이 뒤숭숭하다’고 시중 분위기를 전하는 건 대통령 말대로 내조(內助)”라며 “그 선을 넘어 ‘어느 자리에는 누가, 다른 어느 자리엔 누가 마땅하다’는 베갯머리 인사(人事) 협의는 국정 농단이다. 이 정권엔 높고 낮은 자리에 양복 깃 겉이나 안에 세탁소 꼬리표처럼 ‘김 여사 추천’이란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가 아니라 ‘여사 비서’ 노릇 하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천석 고문은 “회의에 부인 연줄 비서관·행정관이 하나라도 섞이면 다들 입조심을 한다. 말도 섞지 못하는데 격노(激怒)하는 대통령에게 누가 정직한 보고를 하겠는가. 기자회견장 대통령이 여전히 민심의 감(感)을 잡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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