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퀄컴, 구글과 협력해 개발하는 ‘갤럭시 XR(가칭)’ 기기가 애플도 고전 중인 시장을 개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쏠린다.
XR은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 혼합 현실(MR) 등 기술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미국 내 비전 프로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17만대에 그쳤다. 혼합현실(MR) 헤드셋인 애플 ‘비전 프로’는 아이폰 뒤를 잇는 차세대 애플 기기다. 2월 미국에서 처음 내놓은 후 6월 말 중국·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3개국에서 판매를 개시한 데 이어 7월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영국 등에서 출시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비전프로가 처음 출시될 당시 30만~4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초기 기대를 밑돌았다. 특히 3분기 판매량은 1분기 대비 75% 감소한 2만~3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3499달러(491만원)의 비싼 가격과 맞춤형 서비스 부족 등이 판매에 걸림돌이 됐다. 애플 충성 고객의 마음도 흔들지 못했다.
애플이 시장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XR 시장 진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10월 21일(이하 현지시각)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4에 참석해 퀄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XR 기기를 출시해 공동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노 사장은 “이제는 획기적인 XR 생태계에서 새로운 렌즈를 통해 AI 이점을 확인할 때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XR 시장 개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출시 시점을 조절했다. 노 사장은 올 초에 이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연내 XR 플랫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2025년 하반기 출시는 유력하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10월 31일 실적 발표 후 투자자에게 공개한 슬라이드에서 2025년 갤럭시 XR 기기 출시 계획을 암시했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MR 헤드셋을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10일 애플이 2025년 가을에서 2026년 봄 사이 M5 프로세서를 탑재한 2세대 비전 프로 헤드셋을 선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새 아이폰과 맥 하드웨어 출시 시점과 비슷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XR 시장에서 기회를 지속 엿보는 것은 시장이 언제가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는 XR 시장 규모가 연평균 34.94% 성장해 2024년 1055억8000만달러(148조원)에서 2029년까지 4723억9000만달러(66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놓을 XR 기기가 비전프로보다 저렴하면서도 갤럭시워치, 갤럭시링 등 다른 기기와 연결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갤럭시 XR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을 사용하며 구글에서 개발한 XR 기기에 최적화된 새 버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실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은 주사율과 여러대의 카메라를 갖춘 마이크로OLED 또는 올레도스(OLEDoS) 패널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0월 31일 올해 3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링과 향후 출시 예정인 XR 기기와의 연결 경험 강화를 언급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웨어러블 기기는 완성도를 바탕으로 제품 차별화와 사용성 개선 통해 매출을 성장시키겠다”며 “갤럭시링은 수면관리 경험 제고로 삼성헬스 에코시스템 확장에 기여할 것이며 향후 출시 예정인 XR 기기를 포함한 제품간 연결 경험을 강화해 갤럭시 생태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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