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떨어지면 보약 한 채를 지어먹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젠 입맛이 떨어지는 약을 돈 주고 처방받는 시대입니다.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에 관심이 늘면서 살찌는 음식을 피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쌀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쌀가루나 쌀알이 들어가는 음료들이 칼로리 제로나 저칼로리를 표방하며 신제품으로 옷을 갈아입는 이유입니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팔도의 ‘비락식혜 제로’가 대표적입니다. 설탕은 쏙 빼고 대체당을 사용해 식혜 특유의 달콤한 맛은 유지했습니다. 식혜에 들어가는 쌀알에서도 당 성분을 제거했습니다. 당화효소 분해 공정을 통해 밥알의 섬유질만 남기기로 한 것입니다. 식혜에 쌀알이 씹히는 데도 제로(0) 칼로리 간판을 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전통주인 막걸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편의점 GS25는 농업회사법인 뉴룩과 함께 당류 제로, 도수 4%의 막걸리를 지난 6월 출시했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1만2000병가량이 팔렸습니다. 막걸리는 마시고 싶고 살찌긴 싫은 소비자들을 공략한 덕입니다. 막걸리의 단맛은 몸의 흡수되지 않는 설탕 대체제인 알룰로스로 구현했고, 전체 칼로리는 반으로 줄었습니다. 뉴룩 막걸리 500ml는 118kcal 수준입니다.
국산 가루쌀(품종 바로미)을 활용해 신세계푸드가 만든 음료 ‘유아왓유잇 라이스 베이스드(이하 라이스 베이스드)’도 있습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쌀은 탄수화물,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찐다는 공식이 소비자들의 머리에 강하게 박혀있다”면서 “‘라이스 베이스드를 맛보면 맛은 좋은데, 살은 안 찔까요’라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라이스 베이스드는 국산 가루쌀과 현미유 등으로 만든 식물성 음료입니다. 식이섬유나 칼슘의 함유량이 높고 칼로리는 일반 우유보다도 낮습니다. 라이스 베이스드는 식이섬유를 1리터당 14g, 칼슘을 1리터당 999mg가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ml 기준 일반우유는 130kcal인데 라이스 베이스드의 칼로리는 125kcal 수준입니다.
‘식단은 저탄고지’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저탄수화물에 고지방으로 식단을 해야 살이 찌지 않고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쌀로 만든 가공음식들도 생존을 위해 변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칼로리를 팍팍 낮춘 쌀로 만든 음료들의 생존기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올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낮다고 합니다. ‘제로 간판’을 단 쌀 음료들이 쌀 공급 과다 문제를 해결해 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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